일 경기 감속에 “활력제”/일본은 재할인율 인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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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광공업 생산등 감소세/긴축완화로 안정성장 지향
일본은행이 1일 임시정책위를 열고 재할인율을 연6%에서 5.5%로 0.5%포인트 낮췄다. 일본의 재할인율 인하는 지난 87년 2월 이래 4년5개월만의 일이다.
이번의 금리인하는 지나친 경기감속을 미리 방지하고 대외적으로 일본의 내수확대정책을 계속 끌고 가겠다는 뜻을 내보인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로써 일본이 금융정책기조를 89년 5월말부터 2년이상 계속해온 물가최우선의 긴축정책에서 물가와 경기 양면을 고려하는 긴축완화로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경기는 신설주택 착공건수가 5월까지 7개월 연속 전년동월비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광공업 생산도 감소경향을 나타내 경기감속의 속도를 조정하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일은은 금리인하와 관련,『조속히 낮추지 않을 경우 경기감속이 지나쳐 앞으로 금융완화압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경기는 지난 86년 12월 이래 계속되고 있는 경기확대추세가 여전히 이어져 오는 9월이면 전후 최장인 「이자나기 경기」의 57개월을 넘어설게 확실시되고 있다.
경기순환상 경기감속은 어쩔 수 없지만 이를 3.5∼4%의 안정성장궤도로 연착륙시켜야겠다는 게 일본의 정책목표였다.
그러나 몇몇 지표에서 경기감속의 징후가 보다 뚜렷해지고 이같은 상황이 적절히 조절되지 않을 경우 특히 설비투자가 가속적으로 줄어들 우려가 있다고 판단,금리인하를 서둘러 단행한 것이다.
광공업 생산지수가 1·4분기에 이어 2·4분기에도 전년비 1% 이상 마이너스가 예상되고 신차등록대수는 5월에 전년동월비 5.6% 감소했으며 수도권의 신규맨션 월간계약률은 47.5%로 6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물론 주택과 자동차의 부진으로 일본 경제전반에 먹구름이 낀 것은 아니다.
일본경기를 지탱해온 개인소비와 설비투자는 여전히 튼튼하다. 개인소비는 4월의 가계소비지출이 4개월만에 전년동월비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보너스와 잔업수당의 증가가 둔화되고 있지만 기조적으로 소득과 고용환경이 좋고 물가도 안정돼 급속한 악화는 없으리란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설비투자는 최근 기업의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일은의 주요기업 단기경제관측에 따르면 2월 조사에서 설비투자계획이 전년비 1.3% 증가에 그쳤던 것이 5월 조사에서는 7.1% 증가로 상향수정됐다.
그러나 일손부족을 배경으로한 인건비·물류비 상승과 금리부담 증가로 기업수익에 압박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일본에서 금리인하의 효과는 대체로 6개월 이후에 나타난다는 것이 통설이었지만 금리자유화가 진행됨에 따라 그 기간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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