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외교·통상협상 “조율”/노 대통령 방미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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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동북아 새질서 주도적 역할 적극 모색/북한 핵위협 제거·시장개방등 구체화
노태우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숨가쁘게 돌아가는 국제질서 재편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미구에 닥칠지 모를 통일에 대비한다는 중장기목표에 주안을 두고있다.
그리고 이를위해 한미양국의 전통적 유대관계를 발전적으로 조정,서로를위한 새로운 협력기반을 구축하자는 것이며 여기에 대해 미국측도 몇가지 시각은 달리하고 있지만 전체적 이해를 같이하고 있어 한미정상회담은 별어려움 없이 이런 문제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공동대처등이 그 좋은 예이며 양국간 이해가 대립하고 있는 방위비 추가분담·시장개방등도 사전 의견조정이 이뤄져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지는 않다.
노대통령은 미측이 관심을 갖는 방위비·시장개방문제등과 관련,능력범위내에서 성의껏 협조하겠다는 원칙을 이미 천명한바 있으며 부시 대통령은 우리측의 이같은 노력을 수긍하고 있는 상태다.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걸프전 수행에서 한국이 지원금과 함께 병력을 파견한 아시아 유일의 국가라는 점을 크게 배려하고 있다.
당초 우리측이 공식실무방문으로 추진해온 이번 방미가 국빈방문으로 격상된 이면에는 우리측의 협조적 태도에 대한 보답의 의미가 있음은 물론이며,이런것들이 정상회담의 낙관을 담보해주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바탕으로 우리측이 얻고자하는 것은 최근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한반도와 그 주변문제 해결에 있어 한국의 노력을 미국측이 전폭 지원·협조해주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우리정부는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일본·중국·소련등 주변 강대국들이 당장은 내부문제에 얽매여 대외지향적 정책을 유보하고 있지만 수년내에 이 지역문제에 적극적인 정책을 들고나올 것이라고 보고있으며 미국은 여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군사비 삭감등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이 감소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이 지역의 보다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대상으로서 한국을 선택해야 한다는게 정부측 지론이다.
우리측의 이같은 주장은 통일이라는 상황이 멀지않았다는 판단을 근거로 한 것이며 일본·중국등 한반도의 문제에 소극적인 주변국을 한미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극복해보자는 것이며 미·북한 관계개선도 그런 맥락속에 추진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미측이 이런 정부측 논리에 얼마만큼 수긍할지는 모르나 통상개방등 상당한 실리를 약속받는다면 쌍무적 협조관계를 기피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정상회담의 가장 큰 문제의 하나는 북한의 핵문제다.
양국정상은 북한이 핵안전협정(IAEA)체결은 물론 궁극적으로 핵무기 제조와 관련한 일체의 시설을 폐기해야 하며 그럴 단계에 이르러서야 접촉수단의 격상등 미·북한간 가시적 관계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데에 합의할 것이 예상된다.
이는 일본의 대북한관계개선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양측의 입장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부시 대통령이 G7회담전 가이후 일본총리와 워싱턴에서 별도의 회담을 갖기로 한것은 한미 양국의 이같은 의사를 확인시키기 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대통령은 또 한반도에 적정수준의 미군주둔이 필요하다는 것과 한반도 주변국가들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만의 비핵지대화는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쟁억지력으로서의 미군의 필요성과 함께 미핵우산의 유지를 요청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노대통령은 이에 대한 대가로 방위비 분담을 늘려가겠다는 의지를 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의회등으로부터 감군내지 철군압력을 받고있는 부시행정부에는 힘이 될 수 있으나 국내적으로는 논란의 여지가 많은 대목이기도 하다.
이렇게 볼때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통일외교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는 적지 않으나 그에 따른 경제적 부담과 통상개방의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손익계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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