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이크국의 위기(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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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유고슬라비아를 「모자이크국가」라고도 한다. 2개의 문자,3개의 종교,4개의 언어,5종류의 민족,6개의 공화국이 모여 하나의 국가를 이루고 있다는 뜻이다. 공화국속엔 2개의 자치주가 따로 또 있다.
정작 모자이크는 다른 색채끼리도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법인데 유고의 모자이크는 이질감이 지나쳐 불화가 그칠 날이 없다.
총인구의 40%를 차지하는 남쪽의 세르비아 공화국은 오랫동안 터키와 그리스의 지배를 받으면서 이슬람과 동방정교의 문화에 절어 있다. 북쪽의 슬로베니아 공화국은 이탈리아,오스트리아의 이웃으로 서유럽 문화의 세례를 받았다.
요즘 내란상태를 몰고온 북부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공화국의 독립선언도 깊은 뿌리는 바로 러시아적 동방문화권과 서방 로마 가톨릭 문화권 사이의 반목과 갈등에서 움텄다.
경제적으로도 문화의 배경만큼 현격한 격차를 이루고 있다. 서유럽에 가까운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는 서방국가들과 비슷한 정치적 자유를 누리며 경제적으로도 윤택한 편이다.
슬로베니아의 경우 주민은 총인구의 8%에 지나지 않지만 유고의 총수출중 30%의 상품을 만들어 낼 정도로 튼튼한 경제기반을 갖추고 있다. 그것이 차지하는 GNP의 비중은 20%나 된다.
슬로베니아 사람들은 다른 공화국 사람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자신들이 땀을 흘린다고 큰 소리를 칠만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유고가 그동안 잠잠했던 것은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티토의 카리스마와 무던한 통치술 덕이었다.
지금은 그 티토가 죽은지도 10년이 넘었고,동유럽의 붕괴라는 엄청난 시대변화의 격랑속에 있다. 그 틈에 콧대 높은 공화국의 민족들은 우리들끼리 따로 뭉쳐 짭짤하게 살아보자는 자의식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문제는 강대국들의 입장이다. 유럽의 한복판인 유고에서 민족문제로 총성이 울리면 냉전종식과 함께 모처럼 화해무드를 즐기고 있는 이들이 어느편을 들어야 할지 난처해지는 것이다.
이제 유고는 중동 다음으로 새로운 국제질서를 시험하는 무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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