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변죽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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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변죽'이란 그릇이나 세간, 과녁 따위의 가장자리를 의미하는 말로 "소반은 혼자 들어 나르기에 편하며 변죽이 자연스럽게 도드라져 그릇이 미끄러지지 않는다" "그는 젓가락으로 상의 변죽을 두드리며 흥을 돋우었다"처럼 쓰인다.

그러므로 '변죽을 울리다(변죽을 치다)'는 말은 그릇의 가장자리를 쳐서 소리가 나게 하듯 바로 본론을 말하지 않고 빙 둘러 말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알아차리게 하는 것을 뜻한다. 핵심에 접근하지 못하고 곁가지만 건드리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정부와 여당이 또다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으나 이번에도 공급 확대와 거래 활성화라는 핵심은 외면했으니 변죽만 울린 꼴이다" "가치와 시가총액이 낮은 기업들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변죽만 울리는 셈이다"처럼 쓸 수 있다. '변죽'과 같은 뜻으로는 '언저리' '시울' '가두리' 등이 있다.

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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