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Q : DTI는 무엇이고 어떤 효과가 있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주택을 담보로 얼마나 돈을 빌려 쓸 수 있는지를 따지는 방법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집의 가치를 담보로 돈을 빌려 주는 형태인 담보인정비율(LTV)을 이용한 것입니다. 담보인정비율이 60%라면 집값의 60%만을 빌려주겠다는 뜻입니다.

다른 하나가 바로 DTI입니다. "DTI 40%를 기준으로 돈을 빌려주겠다"고 할 때는 "돈을 빌린 뒤 1년 동안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자기 연봉의 40%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랍니다. 즉 은행에서 돈을 빌려 줄 때는 빌리는 사람이 고정적으로 버는 돈으로 이를 갚을 능력이 있는지를 보겠다는 뜻입니다. 이때 자기가 가지고 있는 아파트, 즉 담보 물건이 얼마짜리인지는 고려되지 않습니다.

1년여 전만 하더라도 아파트를 새로 분양받거나 구입할 경우 그 집을 담보로 많은 돈을 빌릴 수 있었습니다. 자기 돈이 얼마 없더라도 아파트를 어렵지 않게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7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LTV 60%를 인정받아 4억2000만원(7억원×0.6)을 빌릴 수 있었습니다. 자기 돈 2억8000만원만 있으면 7억원짜리 집을 살 수 있는 겁니다. 당시는 하루가 다르게 집값이 올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너도 나도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이런 식으로 은행 돈을 빌려 아파트를 사려고 했습니다. 이 때문에 수요가 넘쳐 나면서 집값이 더 오르게 된 것이죠. 공급이 부족한데 사겠다는 사람(수요)이 많아지면 집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그럼 DTI 40%를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일단 빌릴 수 있는 돈의 양은 담보로 들어가는 집값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1년 동안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연소득의 4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DTI 40% 공식은 '(연간 원리금상환액/연소득)×100=40%'로 만들어 볼 수 있겠죠.

이때 먼저 가정해야 할 조건이 있답니다. 첫째 연소득이 얼마인지, 둘째 이자가 얼마인지, 셋째 몇 년 동안 돈을 빌릴 것인지가 정해져야 합니다. 연봉 3000만원의 직장인이 연리 5.58%로 15년 동안 원리금을 똑같이 나눠 갚겠다고 가정해 볼 때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1200만원이 됩니다. 이를 역산해 15년 동안 빌릴 수 있는 대출원금을 계산해 보면 1억2000만원이 나옵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1200만원×15년=1억8000만원'이라고 계산하면 안 됩니다. DTI 40%로 빌릴 수 있는 돈을 구하는 공식은 좀 어려우니 은행에서 미리 만들어 놓은 '표'로 계산하도록 합시다.

LTV를 이용할 때는 4억2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었는데 DTI를 적용하고 보니 1억2000만원 밖에 되질 않죠? 대출 억제 효과가 있는 셈이지요. 따라서 정부는 아파트 투기 열기가 뜨거운 지역에서 DTI를 적용해 돈을 덜 빌려주는 방법을 써서 투기 열기를 잠재워 보겠다는 의도입니다.

DTI 규제는 금융감독원이 은행의 대출자산 위험을 줄이고 부동산 열기를 식히기 위해 내놓았습니다. 첫 도입은 2005년 8월 30일이었습니다. 남편이나 아내가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사람이나 만 30세 미만의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 투기지역의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을 때 처음 적용됐습니다. 이듬해 3월 30일에는 투기지역의 6억원 이상 아파트를 구입할 때 이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경우로 DTI 적용을 확대했습니다.

지난해 11월 20일부터는 투기지역뿐 아니라 수도권의 투기과열지구까지 대상을 확대했습니다. 투기 열기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에 내놓은 대책이었죠. 새로 은행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는 정책입니다. DTI 규제가 시행되기 전에 돈을 많이 빌린 사람과 비교하면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금감원은 과도한 대출이 부동산 수요를 키워 집값을 끌어올린다고 보고 DTI 규제를 강화키로 한 것이랍니다.

최준호 기자

DTI 단점은 없나요
'소득 비례한 대출'방향 옳지만
자영업자 소득 파악 안돼 문제죠

담보가 아닌 소득으로 빚을 갚을 능력을 보겠다는 DTI 제도란 원래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모든 대출 때 적용돼야 할 제도입니다. 그간 우리나라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을 할 때 담보물만으로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손쉬운 장사를 해왔습니다. 만약 돈을 빌려간 사람이 이자나 원금을 갚지 못하면 대신 담보물을 처분해 빌려준 돈을 받으면 된다는 논리입니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이 같은 대출방법을 '약탈적 대출(predatory loan)'이라 표현하고 있습니다. '돈 안 갚으면 담보물 빼앗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이 약탈이나 다름없다는 논리죠. 물론 은행이 모든 대출을 담보를 통해 취급하지는 않습니다. 신용대출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돈을 빌려줄 대상의 신용상태를 평가하는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Credit Scoring System)'을 이용해 많게는 연간 소득의 100%에 해당하는 금액을 빌려주기도 합니다.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2월부터 DTI 제도를 전국,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금융감독원과 시중은행 담당자들이 '여신심사 선진화작업 특별팀(TFT)'이라는 조직을 구성해 1월 말까지 DTI 제도 확대 적용을 위해 '모범규준'을 내놓겠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돈을 빌려주는 것을 선진국처럼 해보자는 뜻에서 만든 조직입니다. 학계에서는 '때 늦은 감이 있어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도 환영할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서구 선진국과 달리 자영업자들의 소득 파악이 제대로 돼 있지 않습니다. 소득세를 덜 내기 위해 소득, 즉 벌어들이는 돈을 줄여 세무서에 신고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입니다. 만약 그동안 집을 담보로 쉽게 많은 돈을 빌려쓰던 자영업자들이 DTI 적용으로 소득세를 낸 만큼만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게 된다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이 때문에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돈을 빌려주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달 말이면 그 결과가 나온다니 틴틴 여러분 그때까지 기다려 보도록 하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