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관리법 대폭 손질/「폐쇄형」에서 「개방형」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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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상·자본등 거래별 관리/재무부,30년만에 전면 개편
달러등 외국돈의 드나듦을 규제하는 외환관리법령이 30년만에 처음으로 전면 개편된다.
재무부는 26일 그간 말만 무성했지 손을 못대오던 외환관리법령 개편작업의 원칙과 일정을 확정,내년 9월1일부터 새 법령을 시행한다는 목표로 특별반을 편성해 법률개정안을 올 정기국회에 내는 등 절차를 밟아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재무부는 이 법령개정의 기본원칙으로 ▲규제의 형식을 외환거래상 「○○면 된다」는 식으로 허용하던 방식에서 「○○은 안된다」는 식으로 바꾸며 ▲채권·증권·부동산·용역·(수출입대금) 지급 등으로 나눠 관리하던 것을 경상거래·자본거래·지급등 거래별로 하며 ▲외화를 왜,어떻게 거래하는지 일일이 따지던 것도 하나만으로 간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외국환관리법령은 61년 12월제정됐고 그동안 세차례 개정됐는데 벌칙강화·용어정비등 극히 부분적인 개정에 그쳤으며 전면적인 개편작업은 30년만에 처음이다.
◎외환관리법 개편의 의의/실물·금융부문에 부작용 많아/「거래담보금제」등 사문화 일쑤
외환 관리법령을 고친다는 것은 한마디로 그간 서로 짝이 안맞던 우리 경제의 실물교역과 대외 금전출납부문을 앞뒤가 맞도록 고치겠다는 것이다.
상품의 수출·수입이 있으면 달러·엔 등이 드나들고,은행이 서면 뀌오고 투자하는 돈이 오가며,이제는 웬만한 개인도 달러를 만져보게 됐는데 과거 61년 단돈 1달러가 절실하던 시절 국내의 모든 달러를 철저한 정부 통제아래 두고 관리하기위해 만들어졌던 현행 외환관리법령에 덩치가 커진 우리 경제의 실물·자본·이전거래를 계속 우겨넣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행 외환관리법령에는 화석화·사문화된 조항이 한둘이 아니고 나아가 외환규제때문에 실물·금융부문이 걸리적거리는 부작용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지금도 매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의 재가까지 받곤 하지만,만드는 사람이나 의결·재가하는 사람이나 다 필요없는 것인줄 알면서 다만 법이 있으니 한다는 식으로 반복되곤 하는 「외국환 수급계획」이다.
이는 과거 달러가 소요되는 정부사업을 사전에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당시에는 여기에 반영되지 않으면 정부 사업을 아예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통상협상을 하기위해 언제라도 관계 공무원이 외국행 비행기를 타야하는 마당에 그같은 수급계획을 사전에 짠다는 것은 턱도 없는 일이다.
또 외환거래를 가급적 억제하는 은행이 나중에 손해보는 것을 막기위해 생겼던 「외국환거래 담보금」제도는 이제 은행이든 기업이든 「실천」(?)하는 일이 거의 없어졌고 정부도 이를 알고 있다.
이같은 외환관리규정을 30년만에 고치자니 손댈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그 가운데 굵직한 것들만 보아도 외환집중제·기업의 현지금융·기업과 은행의 외환거래에 대한 실수증명제도 등이 있다.
아무리 덩치가 크고 거래가 빈번한 종합상사라하더라도 일단 달러가 들어오면 무조건 한은에 넣어 놓아야 하는 외환집중제로는 환율의 변화가 무상한 시절에 기업이 환차손을 막고 환차익을 도모할 여지란 없다.
또 기업의 현지금융규제도 이제 적절히 손을 봐야할 단계고,실제 이같은 무역거래때문에 달러가 오고갔다는 것을 밝히는 실수 증명은 대부분 사후에 가짜서류로 꾸며지면서도 외국은행과의 마찰 등만 불러일으켰었다.
중지를 모아 하나하나 고쳐가겠지만,정부든 기업이든,이를 바라보는 국민이든 외환의 드나듦은 우스꽝스러운 법으로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경제,안정된 정치가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돼새겨야 할 것이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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