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팔인 탄압 회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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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쿠웨이트가 이라크로부터 해방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쿠웨이트 내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새로운 시련이 계속되고 있다.
쿠웨이트정부는 이라크 점령기간 중 이라크 군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탄압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라크 점령기간 중 팔레스타인인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이라크군에 동조, 쿠웨이트인 탄압에 앞장섰다는 것이 쿠웨이트 정부의 탄압이유다.
쿠웨이트인들은 국내 팔레스타인인들이 이라크군들과 함께 공공시설·상점 등을 약탈했으며 실제 이라크군보다 더 많은 약탈을 팔레스타인인들이 자행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 같은 여론에 따라 자비르알 사바국왕의 쿠웨이트 정부는 이라크로부터 해방된 후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대대적인 부역자 색출작업을 시작, 사회복지제도의 수혜폐지, 직장추방 등을 강요하고 있어 대부분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쿠웨이트를 떠나야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현재 계엄령 하에 진행되고 있는 군사재판에서도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중형 내지 처형선고가 잇따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라크 침공이전 인구 2백여 만 명의 쿠웨이트에 거주하고있던 팔레스타인인은 20%정도인 40여만 명.
이 가운데 절반인 20여만 명은 이라크침공 후 해외로 탈출했으나 나머지 절반은 그대로 남아 상당수가 이라크 군에 협조하거나 이라크 군을 따라 약탈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이적행위」는 쿠웨이트인들에 대한 뿌리깊은 저항감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쿠웨이트정부의 쿠웨이트인 우대정책에 따라 사회적인 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가난한 생활을 하고 있다.
1인당 GNP가 2만 달러를 넘는 부자나라에 살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은 대부분이 할렘 같은 지역에 모여 살고 있으며 쿠웨이트인들과는 다른 가난한 삶을 영위했다.
이 같은 차별대우에 대한 불만이 이라크 점령기간 중 터져 나오면서 쿠웨이트인들의 분노를 산 이적행위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쿠웨이트 탈환 후 쿠웨이트인들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보복은 철저하고도 잔인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쿠웨이트인들은 산유시설 등 주요 산업시설 등이 팔레스타인 기술자들의 도움 없이는 상당부분가동이·불가능함에도 불구, 이를 감수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직장추방을 계속하고 부족한 일손은 인도·시리아·필리핀 등에서 구하고 있다.
또 쿠웨이트정부는 해외로 떠나려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출국서류를 발급해주지 않고 있다. 이는 쿠웨이트인들이 궁극적으로 이라크 군에 협조한 모든 팔레스타인인들을 체포·처형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되고있다.
또 어렵게 출국서류를 마련한 일부의 경우도 가진 돈을 모두 소비하고 재산을 헐값에라도 처분해야 출국이 허용되기 때문에 해외에서의 생활이 막연한 실정이다.
한편 정부의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탄압이 심해지자 쿠웨이트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이스라엘에서와 같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봉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있다. <김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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