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자들이 말하는 '나는 이래서 성형한다'

중앙일보

입력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소재로 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가 관람객 600만 명을 돌파했다. 뚱뚱하고 못생긴 주인공이 전신 성형수술을 해 사랑도 얻고 꿈도 이룬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가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많은 여성의 외모 콤플렉스를 솔직하게 풀어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가 성형수술로 젊음과 아름다움을 얻고 있고 이를 본 많은 사람이 성형수술을 꿈꾼다.

미국 연예 주간지 피플 최신호는 성형수술에 집착하는 일반 사람을 소개하며 왜 이들이 성형중독에 이르게 됐는지 설명하고 있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처럼 이들이 과연 꿈과 사랑을 얻었을까?

●헤이디 무어 (48) 100000 달러 (약 9천 4000만원)

눈 올리기. 2번의 입술 수술. 턱 수술. 볼 수술. 목 지방흡입. 배 수술. 2번의 가슴 확대 수술. 박피 수술 여러 번. 보톡스. 레이저 링클 케어

헤이디 무어는 16살 때 두 명의 남자에게 강간당했고 그 일을 잊기 위해 처음으로 성형수술을 했다. 무어는 수술대에 오를 때마다 예전의 자신이 죽고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길 바랐다. 하지만 마취에서 깨어나면 모든 게 그대로였다.

“가슴 크기와 턱 모양만 달라졌지 변한 게 없었다. 의사는 내가 매우 섹시하다고 칭찬하며 이제 D컵 브래지어를 입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난 그렇게 큰 가슴을 원치 않았다.”

계속되는 수술로 20만 달러(약 1억 8000만원)의 부채가 생겼다. 성형과 맞물려 쇼핑 중독에 빠졌기 때문이다. 무어는 80세 어머니의 신분증과 카드를 훔치기 시작했다. 결국 무어는 재활치료를 받아야 했다. 12단계의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이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치료사를 만나고 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수술을 한 번 더 할 생각이다. 이번에는 가슴 축소 수술이다. 내 커다란 가슴을 증오한다. 이제 사람들이 가슴이 아닌 내 마음을 봐주길 바란다.”

●스티브 엘하드(49) 25만 달러 (약 2억 3500만원)

2번의 코 수술. 2번의 눈 올리기 수술. 3번의 체형 교정 수술. 얼굴 들어올리기 수술. 3번의 이마 당기기 수술. 10번의 입술 수술. 4번의 얼굴 문신. 7번의 지방 흡입 수술. 2번의 머리카락 이식 수술. 수많은 보톡스 주사

스티브 엘하드가 외모에 자신감을 잃게 된 것은 직업을 가지면서였다. 20년 전 할리우드 고급 뷰티살롱에 스타일리스트로 취직하면서 손님과 자신을 비교하게 됐다.

“살롱의 모든 사람이 무척 아름다웠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단골 손님이 추천해준 외과의사를 찾아가 처음으로 코 수술을 받았다. 넓은 코를 작게 만들고 끝을 표족하게 바꿨다. 내친김에 턱을 두 개로 쪼갰다. 결과는 무척 만족스러웠다. 몇 년 후 눈을 당기는 수술을 하고자 같은 의사를 찾았다.

의사는 십 년은 젊어 보이게 해주겠다고 말했고 엘하드는 의사 손에 다시 얼굴을 맡겼다. 그렇게 계속된 성형수술이 30여 번. 성형 중독이냐는 말에 엘하드는 발끈한다. “성형중독? 성형수술에 조금 집착하기는 하지만 중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외모를 좋게 보이려는 것 뿐이다.”

하지만 오랜 인터뷰 끝에 엘하드는 자신의 공허함과 두려움을 꺼내 놓았다. “생각해보니 대수술을 했을 때는 누군가를 잃었을 때였다. 할머니와 이복 여동생이 사고로 죽었을 때 얼굴을 들어올리는 수술을 했다. 슬퍼 보이기 싫어서였다.”

●스테판 포드 (39) 12만5000달러 (약 1억 1700만원)

코 수술. 3번의 입술 수술. 턱 수술. 복부 지방흡입. 콜라젠 주사들. 보톡스 주사. 실리콘 주입. 스킨 필링. 몇천 번의 레이저 필. 실리콘

스테판 포드는 추모 공포증(BDD:Body Dymorphic Disorder)환자다. 추모 공포증은 자신의 외모가 너무 추하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자살이나 자해를 시도하는 정신질환이다. 포드가 처음부터 추모공포증에 시달렸던 것은 아니다.

대학시절 모델활동도 했고 여자 친구도 있었다. 문제는 여자 친구가 더 멋진 코를 갖고자 성형수술을 받아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면서 시작됐다. 제안을 받아들여 코 수술을 하자 턱과 입술 수술도 하고 싶어졌다. 계속되는 성형수술 유혹을 참을 수가 없었다. 계속되는 수술 속에 대인기피증으로 직장을 잃고 급기야 어머니 집으로 들어가 살게 됐다.

“어머니는 내가 얼마 못 살 것 같다는 말을 하자 걱정이 되셨는지 병원으로 데려갔다. 병원 진단 결과 추모 공포증 환자로 나왔다. 1년간 치료 끝에 주름 제거 수술을 제외하고는 성형수술을 하지 않게 됐다. 그건 병이었고 나는 아팠던 것이다.”

JES 홍은미 기자 [hongkim@je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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