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유럽 미사일 기지 설치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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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이 동유럽 국가인 체코와 폴란드에 미사일 방어 기지 설치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은 이란과 같은 테러 국가의 위협으로부터 유럽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기지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러시아는 그러나 미사일 방어기지 건설이 자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뿐 아니라 각국의 군비 경쟁을 부추길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미사일 기지 건설 추진=비톨드 바스치콥스키 폴란드 외무차관은 22일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미사일 요격 기지를 폴란드에 설치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양국이 늦어도 2주 안에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스치콥스키 차관은 "현재 기지 건설과 관련한 미국의 구체적 제안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도 미국의 미사일 방어기지 설치 문제에 대해 협상할 용의를 밝힌 바 있다. 카친스키 대통령은 그러나 폴란드 주둔 미군에 대해 미국의 배타적 관할권을 허용하는 문제는 추가적 논의 대상이라고 말했었다. 2005년 11월 출범한 폴란드의 보수 우파 연립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를 외교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미국 정부는 폴란드 외에 체코와도 미사일 방어기지 설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미레크 토폴라네크 체코 총리는 "미국 정부로부터 20일 동유럽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일부인 레이더 기지를 체코에 설치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제의받았다"고 밝혔다.

미국은 체코에 레이더 기지를, 폴란드에는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동유럽 미사일 방어기지가 중동 지역 테러국가로부터의 미사일 공격을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지 건설에는 12억~16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현재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미사일 방어기지를 갖고 있으나 해외 기지 설치는 동유럽에서 가장 먼저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 등은 강력 반발=하지만 폴란드와 체코 내에서 미국 미사일 방어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찮아 NMD 협상이 순탄치 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러시아도 동유럽에 미국 미사일 방어 기지가 건설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계획이 실현될 경우 유럽 지역의 군사적 균형이 깨지고, 이것이 새로운 군비경쟁을 촉발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러시아 정부는 "미국이 기지 건설을 강행할 경우 자국 및 동맹국의 안보와 유럽 지역의 전략적 안정을 위해 강력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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