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100년 유민사 담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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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모처럼 해외에 흩어져 있는 동포들의 이민사를 집대성할 TV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제작된다.
MBC-TV가 추진중인 『한민족 유민사』가 그것으로 지금까지 드문드문 단편만을 소개했던 해외 이민사 와는 달리 소련·중국·미주·유럽 등으로 지역을 나눠 올해부터 4년간 이민사의 전체 맥락을 입체적으로 짚어볼 계획이다.
시리즈는 올초 현지 답사를 마치고 오는 8월 본격 제작에 들어가는 「러시아편」을 시작으로 92년 「중국편」, 93년 「미주편」, 94년 「유럽편」이 차례로 만들어진다.
『모진 고생에도 꿋꿋이 살아온 민족의 끈질긴 생명력이 이 특집물의 메시지입니다. 이제는 해외 동포를 생각 할 여유가 생긴 만큼 한민족의 유대감을 다지는데 신경을 쓸 때가 왔다고 봐요.』
이민사 1백여년에 줄잡아 5백만명에 이르게 된 해외 동포들에게 우리의 관심을 보이고 함께 동질성을 찾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기획자 은희현 부장 (45)의 제작 배경 설명이다.
특히 「러시아편」은 이래저래 의미가 많다고 제작진은 입을 모은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던 재소 한인 동포들의 요청이 줄을 잇는 바람에 제작에 우선 순위가 주어진 것도 그렇지만 한소 수교 이후 소련 내에서 높아가고 있은 동포들의 위상을 되돌아볼 기회도 되기 때문이다.
제대로 사람 대접을 못 받던 그곳 동포들이 서울 올림픽 이후 어느 정도 대우를 받고 있기는 하나 중앙 아시아로의 강제 이주에 대한 소련 당국의 사과 등 아픈 과거를 정리하려면 한국의 끊임없는 관심이 있어야 된다고 믿는게 교포들의 지배적인 분위기라고 제작진은 귀띔한다.
지난 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피해를 본 소련내 이스라엘·중국인들에게는 소련 정부가 뒤늦게 사과한 반면 같은 소수 민족이었던 한인들에게는 유독 사과를 않고 있는데 울분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50분짜리 4부작 『한민족 유민사-러시아편』은 1부 「신의 은총 받은 땅」, 2부 「강제 이주 6,000㎞」, 3부 「타슈켄트와 알마아타」, 4부 「또 다른 비극 사할린」으로 나뉘어 오는 12월초 방송된다.
1부는 1863∼1937년 사이 중앙아시아로의 강제 이주 전까지 한민족의 정착과 개척의 발자취를 더듬고 2부는 37∼40년 사이 중앙 아시아 오지에 내던져진 우리 민족의 생존 투쟁을 추적한다.
3부는 41년 이후 시기로 한인이 가장 많이 살고 있은 타슈젠트와 알마아타 동포들의 삶과 희망을 살펴본다.
마지막 4부는 30년대 말에서 40년대 초까지 일제에 의해 강제 징용으로 끌려가 볼모가 된 사할린 동포의 한 많은 이야기를 다룬다.
한편 매년 4∼5부작 다큐멘터리물로 엮어질 『한민족 유민사』는 중국의 경우 동포들이 몰려 살며 한국적 도시라는 착각을 주는 연변자치주, 미주 지역은 멕시코·브라질·아르헨티나 등 초창기 이민 지역과 하와이·LA 등 미국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유럽편은 이탈리아 등지의 이민사가 집중 추적된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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