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냉전시대” 새유럽질서 구축/베를린 CSCE외무회의 전망(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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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4개국 참가 각종 분쟁 방지장치 논의/서방의 소­동구 경제지원 명문화할듯
냉전이후 새로운 유럽질서의 구체적인 틈을 구축하게 될 유럽안보협력회의(CSCE) 외무장관회의가 19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됐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11월 파리 CSCE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새로운 유럽을 위한 파리헌장」에서 최소한 연1회씩 외무장관회담을 개최키로 결정한데 따른 첫 모임으로 CSCE가 구체적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는데 의의가 있다.
소련을 포함하고 알바니아를 제외한 전유럽 미국·캐나다 등 34개국 외무장관들은 이번 회담에서 유럽국가들간의 갈등완화와 분쟁해결을 위한 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파리헌장」은 새로운 유럽질서의 목표를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기초로한 민주주의의 꾸준한 발전 및 전유럽에 걸친 경제적 자유,사회정의,동등한 안보기회를 토대로한 번영』으로 규정하고 이를 위해서는 과거 냉전대립을 극복,『협력을 통한 평화정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파리헌장」은 이 원칙에 따라 오스트리아 빈에 분쟁방지센터,폴란드 바르샤바에 자유선거 사무국을,헝가리 프라하에는 CSCE 사무국을 상설기구로 설치토록 하고 있다.
CSCE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기구인 외무장관회담의 이번 회의에서는 이들 상설기구의 규모·운영방식 등을 논의,확정함으로써 기구설치를 완료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또 회의참석자들은 시장경제로의 전환과정에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유럽 여러나라에 대한 서유럽의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논의,회의 끝날인 20일 채택될 선언문에 명문화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 환경·에너지·기술·이민·인권의 분야에서 CSCE 회원국간의 상호협력방안 등도 모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특히 그동안 유럽의 외톨박이였던 알바니아의 CSCE가입이 확정될 것으로 보여 이제 CSCE는 명실공히 전유럽을 대표하는 기구로 부상하게 된다.
이를 위해 이번 회의 주최자인 독일의 한스 디트리히 겐셔 외무장관은 최근 알바니아를 방문,얼마전 새로 구성된 알바니아 지도부로부터 인권등 CSCE의 제반규정과 요구사항을 수용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밖에 이번 회담에는 유럽군축 및 신뢰양성조치(CBM) 구축을 위한 새 회담이 92년부터 시작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논의도 있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CSCE가 앞으로 해야할 일은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동유럽 민주화는 유고슬라비아와 소련 일부 공화국의 분리 독립움직임 등 강력한 민족주의가 분출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런 민족주의의 물결은 이들 지역에 새로운 분쟁을 야기할 위험성을 크게 하고 있다.
이번 외무장관회담에서는 이런 새로운 갈등요소를 CSCE체제내에 제도화함으로써 갈등이 유럽평화를 깨뜨리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모색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독일정부는 독립된 회원국으로 CSCE에 가입을 희망하는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3개 공화국 대표를 초청,회담을 참관토록 하고 있다.
이번 CSCE 외무장관회담은 CSCE체제의 강화를 향한 발걸음이기는 하지만 단지 첫 걸음에 불과하다.
CSCE회담에 임하는 서방국가들은 CSCE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등 기존 여러 다국적 안보기구중의 하나로만 취급하는 경향이 강하다.
더욱이 CSCE체제 자체는 직접적인 안보기능이 결코 부여되지 않을 전망이다.
동유럽경제상호원조회의(COMECON) 바르샤바조약기구(WTO) 등 과거 동유럽 공산국들을 하나의 블록으로 묶었던 기구들이 해체된 지금도 서방국들은 나토와 유럽공동체(EC)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는 파리헌장의 규정대로 「동등한 안보기회」는 CSCE체제내에 형성돼 있지 않다.
CSCE체제가 확립되기 위해선 전유럽이 하나로 묶어지는 동유럽과 서유럽의 진정한 평등관계 구축이 전제되어야 한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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