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만 되면 '등록금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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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정창영 총장은 최근 총학생회 학생들과 만나 올해 등록금 문제를 상의했다. 정 총장은 이 자리에서 "올해 인상률은 한 자릿수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등록금 인상률(12%) 때문에 겪은 상처가 컸기 때문이다. 정 총장은 인상률 때문에 총학생회 소속 학생들에게 쫓겨 총장실을 102일 동안 학생들에게 넘겨줘야 했다. 요즘 학생처장 등 보직 교수들도 수시로 학생들을 찾아간다. 지난해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처럼 등록금 문제는 대학가의 고질적인 '시한폭탄'이다. 올해 달라진 것은 대부분의 대학이 등록금 인상률을 일방적으로 통보하지 않을 계획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연세대 사례를 기억해서다. 대신 지난해 등록금 분규가 없었던 성균관대 모델을 따르고 있다. 학생들에게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등록금 인상의 불가피한 점을 적극 알리려는 것이다.

◆"학생 무서워 못 올린다"=사립대들은 지난해 소비자 물가상승률(2.2%)을 초과하는 등록금 인상률을 학생들에게 제시해 둔 상태다. 현재 학생들이 파악한 등록금 인상률은 대학별로 6~14% 수준이다. 해당 대학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인상 계획을 밝히기를 꺼린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반발이 무서워 등록금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이날 올해 학부 등록금 인상률을 신입생 12.7%, 재학생 5.4%씩 올려 등록금을 평균 6.9% 인상키로 결정했다. 당초 계획(19%)에 턱없이 못 미친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학교가 부담을 감수하고 인상폭을 낮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학생들은 벌써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이다. 한국항공대.광운대.서강대.한양대 등 서울시내 10여 개 대학이 참여하는 학생 조직인 서울 지역 대학생 교육대책위원회는 "서울시내 대학들의 부당한 등록금 인상에 대해 규제정책을 마련해 달라"며 민원신청서를 22일 교육인적자원부에 제출했다. 이들은 다음달 2일 전국 53개 대가 참여하는 대규모 등록금 인상 반대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등록금 갈등 왜 반복되나=2005년 말 현재 사립대 재정(운영수입)의 76.9%는 등록금 수입이다. 기부금은 5.3%, 법인 전입금은 9.1%에 불과하다. 대학들은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투자를 등록금 인상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삼불정책'(대입 본고사, 고교 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 때문에 기여입학을 통한 재원 확보 기회도 막혀 있다. 그렇다고 다른 수익률이 높은 사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성균관대 유민봉 기획처장은 "학생들은 인상에 무조건 반대하며 사용 목적이 지정돼 있는 '적립금을 풀라'고 요구한다"고 답답해했다. 서울 S대 관계자는 "정부가 기여입학제 등 규제를 풀기 전에는 학생들과 타협하는 일 외에는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강홍준·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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