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돌아온 '잔혹동화'

중앙일보

입력

10여 년 만에 '잔혹동화'가 돌아왔다. 99년 일본 소설 '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의 유행으로 붐을 이룬 잔혹동화. 이번엔 웹 세상에서 화두가 됐다. 22일 '잔혹동화'는 주요 포털 사이트 통합 검색 순위 1위에 올랐다. 청소년들이 고전 동화를 패러디 한 잔혹소설을 직접 쓰고 공유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다.

'잔혹'이라는 코드를 빼면 10년을 사이에 둔 잔혹동화는 크게 다르다. 99년의 '…그림동화'는 근거 있는 잔혹을 다뤘다. 함께 책을 쓴 두 여성 작가는 프랑스 소르본느.리옹 대학에서 유럽 문학과 역사를 공부했다. 고전 뒤에 숨은 역사적 배경을 설득력 있는 잔혹 스토리로 재구성했다.

반면 2007년의 잔혹은 막무가내다. 백설공주가 아름다운 왕비를 시기해 살해하고 사체를 비닐로 싸 유기한다는 등 상식을 뒤엎는 스토리가 다수다. 이 엽기적인 동화 짓기는 이미 재작년 부터 초.중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해왔다. 익명성을 틈타 일부 성인들도 동참하고 있다는 게 네티즌들의 의견이다. 유럽의 역사를 환기했던 20세기의 잔혹동화가 엽기와 상식 파괴로 점철된 21세기 잔혹동화를 통해 잔혹하게 버전 업 됐다.

박연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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