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문인들, 김광림 시인에 헌정 시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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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일본의 현대시인 15명이 김광림(74) 시인에게 헌정하는 일본어 시집 『한국의 율리시즈 김광림에게(韓國のュリシ*ズ 金光林ヘ)』를 출간했다. 일본 시인들이 한국의 시인에게 시집을 헌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시인은 최근 출판기념회 참석차 일본을 다녀왔다.

김시인에게 헌정시를 바친 일본 시인 중에는 한국의 시인협회에 해당하는 일본현대시인회 회장을 지낸 신가와 가즈에(新川和江), 고향인 이북을 떠나온 후 가지 못하는 김시인의 처지를 빗대 ‘한국의 율리시즈’라는 별명을 붙였던 히라이시 가즈코(白石かずこ) 등이 포함돼 있다. 14명의 시인이 헌정시 한편씩을 썼고 고가이 에이지(小海永二)는 ‘편지-김광림에게’라는 제목으로 7쪽에 이르는 서사시를 썼다.

헌정시들은 18살의 나이에 고향 함경남도 원산을 떠나 단신 월남해 56년간 부모형제와 소식이 두절된 채 살아온 김 시인의 이산의 아픔, 망향의 정, 의연함 등을 안타까워하거나 경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인 마루지 마로루(丸地 守)는 후기에서 “김시인은 일본을 가장 잘 아는 시인으로, 그간 동인지 등에 발표됐던 김시인에 관한 시를 모은 이번 시집은 김시인의 업적과 고뇌, 번민에는 크게 못미치겠지만 마음에서 우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1980년대 중반부터 일본 시인들과 교류해온 김시인은 일본 현대시인들을 적극적으로 국내에게 소개해 왔고 일본에서 두 차례 자신의 시집을 출간했다. 구상·이중섭 등과 만나면서 시인의 길로 들어선 그는 1948년에 등단해 『언어로 만든 새』『말의 사막에서』등 다수의 시집을 냈으며, 한국 시인협회장을 지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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