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헝겊조화 제작 차혜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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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꽃잎의 주름 하나, 꽃씨 한 개까지 정성 들여 손으로 만들어야 하는 조화는 나의 숨결을 불어넣는 창조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애착이 가고 아름답게 보입니다.』
10년이 넘게 「자연의 꽃을 닮은 조화」 만드는 일에 몰두해온 차혜영씨(39·주부·서울 가락동)는 조화가 생명 없는 거짓 꽃이라는 통념에 반대하며 조화도 사람이 애정과 정성을 들여 만들면 생명력이 충만한 창조물이 된다고 주장한다.
원래 리번·스타킹 등으로 꽃 만들기를 즐겼고, 친구들의 부케를 만들어 주기도 했던 솜씨를 가진 차씨는 79년 남편의 직장관계로 일본에서 6년간 살면서 정식으로 조화 만드는 법을 배웠다.
한때 연극배우로 활약하기도 했던 차씨는 82년 일본에서 까다롭기로 유명한 조화 고등사범자격을 따면서 작품데뷔전을 갖기도 했다.
조화는 면·실크·빌로드 등 흰색 천연섬유를 이용하는데, 색깔은 염료로 일일이 손으로 그려가면서 내야 한다.
면은 들꽃과 같은 강한 느낌의 꽃을 만들 때 사용하고 실크는 장미 등 부드러운 꽃, 빌로드는 목련처럼 크고 힘이 있는 꽃을 만들 때 사용한다.
꽃을 만들 때는 먼저 흰 천을 꽃잎 모양으로 오리고 붓으로 색깔·모양을 그린 뒤 전기인두로 원하는 꽃잎 모양대로 볼륨을 준다.
만들어진 꽃잎들은 본드(비닐벽지 붙일 때 쓰는 본드)로 모양을 맞추어 붙인 뒤 철사로 줄기를 만들고 잎을 붙인 다음 꽃송이를 완성한다.
이때 잎도 흰 천을 잎 모양으로 오린 뒤 철사를 붙이고 인두로 잎맥을 정교하게 그려줘야 하며 줄기의 굵기와 힘은 꽃의 분위기에 맞춰 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꽃의 색깔을 내는 것.
꽃 색깔은 빨강·노랑·파랑·보라·붉은 보라·터어키블루·로다민(핑크계열) 등 7가지 기본염료를 배합해내게 되는데, 한가지 색깔을 사용하는데 보통 5가지 색깔은 섞어야 한다.
배합된 색도 천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기 때문에 천의 성질과 색의 성질을 잘 알아야한다.
조화를 만들면서 들꽃, 상품화된 꽃 등 꽃이면 뭐든 눈여겨보게 됐다는 그는 『요즘 꽃들은 비료 등을 많이 써 색깔은 화사하지만 색의 강도가 너무 강해 유치하고 인공적으로 보인다』며 꽃의 은근한 자연색이 사라진 것을 아쉬워한다.
그래서 차씨는 조화를 만들 때 가장 자연스런 꽃의 색을 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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