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억 증발說 편법회계냐 착복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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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대선자금 공방이 새 국면을 맞고있다. '기업에서 불법 자금을 얼마나 받았느냐'에서 '그 돈 중 일부를 누가 얼마나 착복했느냐'는 쪽으로 국면이 전환되는 셈이다.

의혹이 제기된 이상 검찰의 수사 착수는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툼의 당사자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다.

열린우리당 정대철 의원은 14일 "대선을 치르러 (당에)들어가 보니 2백억원이 비어 있었다. 장부상엔 있는데 실제론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鄭의원은 당시 선대위원장을 맡아 자금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위치였다는 점에서 파문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선관위 자료도 이런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선관위가 보관 중인 '민주당 후원회의 중앙당 기부 내역'에 따르면 노무현 후보 선대위가 발족한(2002년 9월 30일) 이후인 12월 20일과 30일 두번에 걸쳐 35억원과 1백억원씩 총 1백35억원을 중앙당에 보내준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돈을 받은 곳이 없다는 데 있다.

당시 총무본부장을 맡았던 이상수 의원은 "선대위 출범 이후 중앙당에서는 한푼도 (선대위에)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이재정 총무위원장도 "돈이 없어 선대본부장들이 2천만원씩 걷어 선거운동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렇다면 두 가지 경우다. 편법으로 회계를 처리했거나, 누군가가 개인적으로 챙겼을 가능성이다. 편법회계의 경우 민주당 지도부가 대선 전에 후원회 돈을 다 쓰고, 그후 회계처리 과정에서 선대위 기간에 사용한 것으로 처리했다는 얘기다.

민주당 주장은 이쪽에 가깝다. 민주당 재정 관계자는 "후원회에서 돈을 넘겨주면 바로 영수증 처리해야 하지만 처리 과정에서 그렇게 못하는 경우도 현실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과 청와대 등 여권의 시각은 다르다. 개인적으로 후원금을 챙겼을 것이란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시 상황을 감안할 때 그랬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주장이다.

노무현 캠프 출신의 청와대 관계자는 "웃기는 소리다. 그 사람들과 감정의 골이 이렇게 깊어진 것도 후원금 문제가 시발점이었다"며 "盧후보가 확정되기 전까지 있던 돈이 갑자기 후보가 된 후 사라졌다는 게 어떻게 회계상 처리문제로 해명되겠느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불법 자금을 끌어다 쓴 한나라당보다 더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여권 내 분위기는 이 문제에 관한 한 밑바닥까지 들춰내야 한다는 쪽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은 이번 사태가 정치인들의 개인 착복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수호 기자 <hodori@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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