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호르몬뿐 아니라 노화현상 전반에 귀기울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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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사실 얼마 전만 해도 남성호르몬 결핍을 갱년기 증상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정상보다 낮은 10대 후반의 남성도 50대 이상의 중장년 남성들이 겪는 갱년기 증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여성의 폐경이 호르몬의 변화에 따른 현상이라는 점에 비추어 여성의 논리를 남성에게 그대로 적용한 점도 있다.

하지만 남성 갱년기 장애의 정확한 원인과 배경은 현재 밝혀지지 않았다. 성호르몬이 주요 지표인 점은 분명하나 그와 관계없이 갱년기 증상을 호소하는 남성 환자도 많다. 필자의 포르테 남성클리닉을 찾은 70대 남성 노인 중 절반 정도만 성호르몬 분비 기능이 저하됐다. 40대의 경우는 약 20%에 그쳤다. 나머지 80%는 성호르몬이 정상수치인데도 성기능 저하, 복부 비만, 골밀도 저하, 무기력증 등의 갱년기 증상이 나타났다. 최근에는 남성 갱년기 증상을 40세 이상 남성에게 나타나는 노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국제적 지침도 성호르몬 수치가 경계치(300ng/㎗ 전후)라도 갱년기 증상이 있으면 치료하라고 명시한다. 따라서 자신이 갱년기인지 궁금한 남성들은 우선 증상에 주목하고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진단 문항 참고).

실제 갱년기 남성을 진료해 보면 호르몬 상태, 만성병 관리, 운동 부족, 생활습관, 스트레스, 가족과의 관계까지 포괄적으로 고려해야 원활한 치료가 이뤄진다. 남성 갱년기 증상의 치료법은 크게 호르몬 요법, 운동 요법, 식이 요법이나 기타로 나뉘며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적절히 적용해야 한다.

먼저 호르몬 요법은 남성호르몬 처방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테스토스테론 제제는 본 기사에서 소개된 패치.겔.근육주사뿐 아니라 경구용 제제까지 다양하다. 이 중 테스토스테론의 혈중 농도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약 3개월간 효과가 지속되는 주사제('네비도')가 요즘 한국 남성들에게 큰 인기다.

남성호르몬 외에 성장호르몬 치료도 갱년기 호르몬 요법으로 새롭게 주목받는다. 성장호르몬의 결핍 또한 대표적인 노화현상으로 남성 갱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패치 형식의 치료제를 많이 썼는데 피부가 헐고 흡수도 잘 안돼 요즘에는 겔이나 주사제를 많이 사용한다. 국내에도 유트로핀, 그로트로핀, 제노트로핀 등의 성장 호르몬 주사제가 개발됐다. 매일부터 월 단위까지 투여기간이 다르므로 전문의와 상담해 결정한다. 그 외에도 적당한 운동과 음식 조절, 항산화 비타민제나 혈액순환 개선제 복용, 만성질환 치료, 부부관계 상담 등의 전방위적인 치료를 선택적으로 병행한다. 하지만 한국의 성인 남성의 경우 잦은 과음과 흡연 등의 생활습관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결국 남성 갱년기의 극복은 남성의 노화를 유발하는 모든 요소를 교정하고 감소시켜 기능을 보존하는 과정이다.

남성 갱년기 치료는 여성폐경학에 비해 시작 단계라 앞으로 정확한 원인 규명이나 진단 기준 체계화 등 할 일이 많다. 그러나 먼저 '남성 갱년기=성기능 저하'라는 일반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특별히 발기 부전 등 성기능 장애가 없으면 갱년기가 와도 모르고 지나가는 남성이 많기 때문이다. 갱년기 증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노화의 한 과정이다. 지금은 비뇨기과가 남성 갱년기 치료를 겸하지만 생리적인 노화현상을 포괄하는 전문적인 갱년기 클리닉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생겨서, 한국 남성이 늘어난 평균수명만큼 건강한 생활을 영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영찬 포르테 남성클리닉 네트워크 강남센터 원장 & 세계 남성갱년기학회 학술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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