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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공약」보다 「작은 공약」에 솔깃/유권자들 「민생대결」 바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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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정치·사회문제 공세에 염증/피부에 닿는 민원해결주문/후보들 성향따라 전략수정 부심
광역의회선거가 후반전에 접어들면서 「독재·공안통치종식」「민생치안확보」등 거창한 「정치·사회공약」을 내걸었던 여·야 무소속 후보들이 「상하수도·도시가스 시설확장」「지역개발」등 지역주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민생공약」으로 공약내용을 대폭 수정,보완하는 바람이 일고 있다.
이는 선거때마다 되풀이되는 천편일률적인 정치공세와 실현가능성 없는 거창한 「큰 공약」에 많은 시민들이 염증을 느껴 이를 외면하는데다 주민들이 전화등을 통해 지역숙원사업을 우선 해결해줄 것등 「작은 공약」을 요구하는 강력한 의사표시를 해오는데 따른 변화다.
특히 선거초반전에 대 정부공세 등에 치중해온 신민·민주·민중당등 야당후보들은 이같은 「정치염증」선거분위기에 따라 주민여론을 수렴,선거전략·선거운동방법을 전면 수정하는등 부산한 움직임이며 이는 실질적인 민주화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약 수정=선거 초반유세에서 「공안통치종식」「반민주·독재」등 정치공세에 역점을 뒀던 서울 종로1선거구의 박명수 후보(58·신민)는 주민여론에 따라 현재 건축이 제한돼 있는 효자·청운동등 청와대주변지역의 증·개축완화와 각종 재개발,북한산주변 풍치지구 해제추진등 지역개발 관련 공약에 주력하고 있다.
박후보의 선거운동관계자는 『1차유세때 정치공세에 역점을 두다보니 여당측에 민생공약의 선수를 빼앗겼다』며 『주민들이 매일평균 50여통씩 전화를 걸거나 사무실로 직접 찾아와 숙원사업추진 등을 요구하고 있어 이들 민원을 최대한 공약에 반영시켰다』고 말했다.
같은 선거구의 이영호 후보(56·민자)도 11일 신교동 달동네를 방문한 자리에서 주민들의 요청을 받고 16일의 2차유세에서 이 지역의 주거환경 개선사업과 소방도로 개설문제를 기존의 무악·사직·효자·청운동 재개발공약에 포함시키기로 했으며 이밖에 교남동의 비좁은 노인정 재건축등 1차유세에서 빠진 4∼5가지 공약을 추가할 계획이다.
은평구내 6개 선거구에 5명의 후보를 내세운 민중당측도 1차유세에서 「수서비리」「강경대군 치사사건」등을 거론하며 기존 정치권을 비판하고 나섰다가 큰 호응이 없자 앞으로는 버스노선 증설,그린벨트 부분해제,주택난 해소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기로 했다.
성동8선거구의 박수열 후보(56·신민)도 1차유세때는 「무단정치 독주막고 문민정치 탄생시키자」는 주제의 연설을 하면서 민생관련공약은 거의 외면했으나 유권자들이 지역구 민원사업을 거론해줄 것을 요청해옴에 따라 2차 유세때엔 하수도·도시가스설치등 민생공약을 대폭 추가키로 했다.
◇선거전략 수정=공약수정·보완방침은 후보개인뿐만 아니라 각지구당 차원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신민당 강남을 선거대책본부장 김호산씨(50)는 『1차유세까지 현정권의 부도덕성을 규탄하는 정치공세가 주를 이루었으나 2차 유세부터 방향을 수정,각선거구 특성별로 주민복지·주거환경문제·공해문제등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민생공약을 대거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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