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결국 야구포기…야구팬들 우롱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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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5일간의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그 충격은 상당히 오래갈 전망이다.

농협중앙회(이하 농협)가 어설픈 업무 추진과 반대 여론의 벽에 막혀 현대 유니콘스 인수를 사실상 포기했다. 당사자인 현대 구단은 망연자실하고 있고, 매각을 중재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당혹감에 휩싸였다.

이봉훈 농협 대외협력국장은 19일 서울 농협 본사에서 취재진들에게 "유니콘스 인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농민들과 공감대 형성 실패가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인수 지지)힘을 얻으면 다시 추진해보겠지만 가까운 시간 내에 재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가까운 시간내 재개가 어렵다는 것은 사실상 포기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게 받아들여도 무방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18일 밤 '여론을 수렴해 내부 방침이 정해질 때까지 인수를 보류한다'에 이어 대외적으로 인수 포기를 밝힌 것과 다름없다.

이로써 농협은 15일 계열사의 경제 사업 활성화와 CI작업을 통해 초우량 기업으로 재도약한다는 취지로 유니콘스 인수 추진을 공식 발표한 뒤 5일만에 없던 일로 되돌렸다.

농업은 구단 인수와 동시에 서울 입성을 목표로 목동구장 실사와 팀명(가칭)을 발표하는 등 실무를 진행했지만 주무부서인 농림부의 반대와 농업 노조 등 농업인 단체들의 반대 여론에 대한 부담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 국장은 "야구단을 통해 그룹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려고 했으나 농민들과 이해 관계자들의 반대 여론이 높아 더 이상 진행을 할 수 없었다"며 "인수 포기까지 일련의 과정으로 농민들은 물론 프로야구 팬들에게 정서적으로 불편을 드린 것 같다. 야구팬들에게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한용섭 기자 [orange@il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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