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과 여러 사안 의견 일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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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한국 측 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右)과 미국 측 대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19일 오후 서울 한 호텔에서 만찬 회동을 한 뒤 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19일 방한해 "6자회담을 곧 열기로 북한과 합의했다"며 "일정 확정은 중국에 달려있지만 설(2월 18일) 전에 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베를린에서 가진 북.미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16~18일)과 관련해 "여러 가지 사안에 의견 일치가 있었다"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송민순 외교부 장관, 천영우 6자회담 수석 대표 등에게 북.미 협상의 결과를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사안에 매우 유용한 협의를 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북한 외무성도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번 회담은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지하게 진행됐고, 일정한 합의가 이룩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북.미의 반응에 따라 베를린 협상에서 양측의 의견 접근이 상당히 이뤄졌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진전 있을 것"=힐 차관보는 "(베를린에서) 유익하고 긍정적인 논의를 했다"고 언급했다. "다음 6자회담의 기초를 만들었다고 확신한다"며 "다음 회담에서 진전을 이루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도 했다.

지난달 22일 13개월 만에 재개된 6자회담을 소득 없이 끝내며 "북한의 태도에 실망했고 좌절감을 느낀다"고 했던 때와는 판이한 분위기다. 따라서 지난해 말부터 뉴욕 채널을 통해 북한과 꾸준히 물밑 접촉을 하고 3일간의 릴레이 협상을 가지며 북한 비핵화의 '돌파구'를 찾았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미가 핵 폐기 초기 조치에 대해 어느 정도 원칙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베이징(北京) 6자회담 등에서 북한에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 등의 비핵화 초기 조치를 이행하면 공식적으로 안전보장을 약속하고 북.미 관계 정상화에 착수하겠다고 제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힐 차관보는 일본.중국도 방문해 베를린 회동 결과를 설명하고 6자회담 재개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일정한 합의"=때마침 북한은 이날 북.미 간에 '일정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합의 내용에 대한 설명은 없었지만 북.미 접촉 결과에 대해 이례적으로 신속히 입장을 밝힌 것이었다.

이에 따라 베를린 회동에서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에 대한 의견 접근도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이 문제를 북핵 문제 협상의 선결조건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최근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BDA에 묶인 북한 돈 중 일부를 풀어 줄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힐 차관보는 2차 북.미 BDA 실무협상에 대해 "다음주 중에 개최하는 것이 우리의 의도이지만 장소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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