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빙그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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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안타수는 17-7, 그러나 스코어는 7-9.
사령탑의 고집스러운 투수운영으로 팀 창단 후 8연승의 기세를 올렸던 롯데의 상승세가 하루만에 녹아 내렸다.
롯데는 이날 빙그레와의 경기에서 병살 3개를 솎아내며 6회 초까지12안타를 퍼부어 5-0으로 앞서 승부를 결정짓는 듯 했다.
5회 말까지 1안타만 허용하며 호투하던 롯데선발 이상구가 6회말 2개의 연속4구를 내주자 강병철 감독은 경기의 주도권을 계속 붙들기 위해 김청수를 투입했다. 이때의 투수 교체는 적절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김은 4번 장종훈에게 초구3점 홈런을 얻어맞았고 7회 말에도 안타3개로 2실점, 6-5로 숨가쁘게 쫓기다 8회말 황대연에게 마침내 동점 홈런을 허용했다.
그러나 다 잡은 고기를 놓치는 순간에도 롯데벤치는 최근의 상승세에 대한 주문만 되풀이하는 듯 선수가 알아서하라는 식의 수수방관이었다.
최근 투수로테이션의 원칙을 세우고 재미를 보아온 강 감독은 해태와의 부산 3연전을 고려하는 듯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지 않고 패배를 자초한 꼴이 됐다.
투수 교체 시기를 놓친 롯데는 9회 말 김이 장종훈에게 마침내 굿바이 2점 홈런을 허용하며 통한의 눈물을 삼켰다.
롯데벤치는 김이 혼자9점을 내줄 때까지 아무런 처방책도 세우지 못하고 6회말 이상구를 교체시킬 때와 대조를 보여 융통성 없는 마운드 운용으로 자충수를 둔 셈이다.
롯데는 단독2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내던지고만 것이다.
롯데는 9회 초 선두타자인 6번 유두열이 좌전안타후 폭투로 2루까지 진루했으나 보내기번트 실패로 유가 3루에서 횡사하고 1루 주자 손길호가 2루 도루까지 실패한 뒤이어 2개의 연속 안타가 터져 더욱 한을 남겼다.
7안타로 승리한 빙그레의 경제야구를 위해 롯데는 수모를 당하는 조연 역을 해낸 셈이다.<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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