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에 사라진 '밥 한공기'

중앙일보

입력

1980년대 '밥 한그릇'을 대체하며 등장했던 '공기밥'이 이제는 한끼에 하나도 채 소비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릇에 비해 양이 모자라 장정들에겐 '밥 한공기 추가'가 기본이었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지금은 하루에 공기밥 2개가 평균이다. 16년전에 비해 하루 한 공기가 줄었다. 고기와 과일, 시리얼이 그 자리를 메웠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06 양곡년도 가구부문 1인당 쌀 소비량' 자료를 보면 그렇다.

2005년 11월과 지난해 10월 사이 1년동안 한국인 1명이 먹어치운 쌀은 평균 78.8kg. 하루에 216.0g씩 먹은 셈이다. 전년보다 5.2g(2.4%) 줄었다. 밥 한 공기에 쌀 110~130g이 들어감에 비춰 하루 평균 두 공기씩만 먹은 셈이다.

지난 1990년까지만 해도 한국인들은 하루에 평균 세 공기, 1끼에 한 공기씩은 먹었다. 당시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327.7g. 이후 16년 동안 한국인이 먹는 밥이 하루 한 공기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도시에 사는 사람들만 추려보면 먹는 밥이 하루 두 공기에도 턱없이 모자란다. 비농가 인구들의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206.0g에 불과했다. 밥 한 공기를 쌀 130g으로 잡으면 한 공기 반에 해당한다.

그나마 농가 인구들이 하루에 350.6g, 평균 세 공기 가까이 먹으며 쌀 소비량을 떠받치는 형국이다.

반면 육류 소비량은 2005년 연간 31.9kg으로 96년에 비해 11.1% 늘어났다. 같은 시기 과일 소비량도 62.7kg으로 19.7%나 증가했다. 밥의 보완재인 '반찬'에 주로 쓰이는 채소 소비량은 144.9kg으로 4.8% 줄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피자 등 간식을 비롯해 라면, 시리얼 등 먹거리가 다양해지면서 밥에 대한 소비량이 꾸준히 줄고 있다"며 "웰빙 열풍과 맞물려 다이어트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젊은층 사이에 아침을 거르는 사람이 증가한 것도 밥 소비 감소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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