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 『까치 며느리』-흥미 위주 언행 너무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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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우리 사회에는 세상사의 모든 출발을 가정에서 찾는 전통적인·가족관이 뿌리 깊이 박혀있다. 가족간의 인화·우애를 큰 덕목으로 여기고 핵가족화 한 지금도 가족에 대한 원초적인 목마름을 느끼는 것 역시 이같은 이유에서다.
드라마도 예외일수 없다. 그러나 MBC-TV 수·목 드라마 『까치 며느리』는 극의 줄기일 법도한 가정의 화목은 온데 간데 없고 얽히고 설긴 실타래처럼 갈등의 요소만 여기저기 깔려있다.
TV드라마가 현실성을 완전히 배제할 때 중심을 잃게되고 메시지 전달도 어렵게된다. 설혹 흥미·오락적 요소가 많아 관심을 꼴지는 모르나 전통적 가족 개념을 무시한 채 고유정서를 해치는 소모성 웃음은 하등 도움될게 없다.
시도 때도 없이 이재를 밝히며 집안을 휘어잡으려는 큰며느리, 아버지 앞에서 금전문제를 놓고 추한 골로 다투는 가족, 뭐든지 돈을 앞세워 해결하러드는 일부 등장 인물….
훗날 모든 게 잘 풀려 다들 제자리를 찾는다 해도 TV드라마 속성상 그날그날 방송된 내용이 남기고 간 꺼림칙한 앙금은 그대로 남게 마련이다.
한편으론 역설적 교훈을 보여준다는 측면 (?)을 생각해 볼 수도 있으나 카타르시스로 이어지는 갈등이 아닌 다음에야 이같은 극 전개는 아무래도 무리수일 따름이다.
큰며느리의 부당함에 맞서 꿋꿋한 심성으로 집안의 화합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막내며느리. 그러나 시아버지에게 공손하지 못한 큰며느리의 일탈된 횡포에 눌려 결국 짐을 싸서 훌쩍 친정으로 향하는 막내며느리와 이를 반가이 맞는 친정 집의 상징적 분위기가 어찌 보면 이 드라마의 한계를 보여주는 듯 싶다.
진득함보다는 톡톡 튀는 「충동성 장면」들이 이 드라마 전편에 깔려있다.
한결같이 흥미 위주의 언행으로 나가는 연기자들의 그릇된 표현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북어와 부인은 자주 패야한다』 『막내동서는 배후 조종자, 그 위 동서는 고철덩어리』식의 시대에 뒤떨어지고 가족 화합을 해치는 비상식적인 언사가 자주 튀어나오고 있다.
극을 끌어가는 작가와 연출자라면 누구나 신경 썼어야 할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다.
시국도 어수선한 마당에 TV드라마마저 보는 이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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