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탁구-대우증 시대 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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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국 남자 탁구에 대우증권시대가 열리고 있다.
김완 김기택의 제일합섬과 안재형 유남규의 동아생명으로 양분돼 온 남자 탁구가 이제 김택수 강희찬 쌍두마차가 이끄는 대우증권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팀 창단 6년째의 대우증권은 지난 3월 제6회 탁구 최강전에서 강호 제일합섬·동아생명을 연파, 정상에 오른데 이어 2일 끝난 91회장기 실업 탁구 대회에선 4전승으로 단체전 우승과 함께 개인 단·복식마저 싹쓸이, 올 시즌 전관왕의 야심찬 행보를 내딛고 있다.
대우증권은 현재 한국 최고의 파워 직선 드라이브를 구사하는 김택수 (21)가 네트플레이 등 세기와 노련미까지 가미, 최강전에서 유남규를 밀어내고 1인자로 올라선 뒤 여세를 몰아 일본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 (5월)에선 남북한 통틀어 한국 남자 선수로는 처음 단식 4강에 진출하는 등 상승세를 구가하고 있다.
또 성실한 연습과 볼의 코너웍 등 잔기술에선 단연 국내 1인자로 꼽히는 강희찬 (21)이 뒤를 받쳐주는 데다 89년 학생 대회를 휩쓸었던 실업 2년생의 현정식 (19)이 가세, 탄탄한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상비 2군이기도 한 현은 한국 남자 대표 선수 중엔 드문 셰이크핸드 전형의 포와 백핸드에 모두 능한 올 라운드 플레이어로 강한 승부 근성이 돋보이는 기대주.
대우증권은 특히 주장 박용민 (26)이 커트 수비수로 동료 드라이브 주전 선수들의 연습 상대로 크게 한몫하고 있는 데다 최근엔 김택수와 입사 동기인 김석만 (21) 마저 이번 대회 단체전에서 일본 세계 선수권 단식 8강에 올랐던 제일합섬의 유망주 이철승을 꺾는 등 투혼을 불사르고 있어 당분간 독주가 계속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
반면 최강전 4회 우승 등 남자 탁구의 최강자로 군림해온 제일합선은 김완·김기택 은퇴 이후 박창익 (28) 박지현 (26) 등 주전들이 나이 들고 부상 등으로 부진, 신예 이철승만으로 대우증권의 두터운 벽을 넘기가 버거운 상태.
또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우증권에 박빙의 리드를 지켰던 동아생명은 에이스인 유남규가 김택수와의 올해 대결에서 1승4패로 밀리는 등 열세인데다 안재형이 빠진 공백을 메우는데 실패, 결승 문턱에서 대우증권에 번번이 발목을 잡히고 있어 올 한햇동안 대우증권의 전국대회 싹쓸이 가능성마저 짙은 것이다.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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