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순 시위꾼」정체 수사/수십명씩 몰려다니며 폭력 자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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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백골단 죽이자”등 충동질/학생들에 화염병 뺏어 방화도/종로 주변서 19명 연행조사
강경대군 치사사건 이후 계속된 가두시위에 정체불명의 청년 「시위꾼」들이 시민·경찰·보도진에 폭력을 휘두르는등 과격시위를 선동하고 있어 경찰이 이들에 대한 일제검거에 나섰다.
이들 폭력시위꾼들은 10∼20명씩 몰려다니며 각목·주먹으로 시위진압 경찰에게 폭행하는가 하면,학생들의 화염병을 빼앗아 차량·건물을 향해 던지며 파괴행위를 공공연히 자행하고 있다.
20∼30대 허름한 옷차림을 한 이들은 각종 시위·집회에 참석,『청와대로 쳐들어가자』『백골단을 죽여 원수를 갚자』는등 과격한 구호로 분위기를 흥분시키는가 하면 최근에는 백병원 주변에서 철야로 술을 마시며 주차중인 승용차 유리창을 깨기도 했으며 현재는 대책위측 요구로 백병원안엔 들어가지 못한채 2백여명이 병원주변대로변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상태다.
김귀정양 사건 대책위측은 30일 『병원·시위현장 주변에 민주시민을 가장한 폭력배들이 온갖 행패를 부리며 폭력을 선동하는등 대책위 입장을 곤란하게 하고 있다』며 『규찰대를 조직해 이들의 폭력행위를 막고 배후를 밝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들의 배후에 사회불만세력이나 체제전복을 노리는 불순분자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그동안 시위현장에서 수집된 자료들을 근거로 본격적인 검거에 나서는 한편 대책위·대학총학생회측에 이들의 검거에 협조해주도록 요청했다.
경찰은 서울 중부경찰서 형사팀 5개반으로 전담반을 편성,병원·대책위·상인등을 상대로 피해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또 30일 오후10시쯤 서울 종로3가 파고다공원앞에서 각목 등을 들고 폭력을 휘두른 김덕길씨(34·노동·서울 신림2동)등 과격시위자 19명을 학생들의 신고로 검거,이들중 폭력전과가 있는 오모씨(34·6범)등 6명을 중심으로 시위참여 경위·배후세력 여부를 집중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밖에 29일오후 백병원입구에서 벌어진 김양 부검팀에 대한 폭행·행패,28일 성대생 평화시위가 끝난후 시민들에게 돌을 던지고 은행·상가에 방화를 기도한 것도 모두 이들의 소행으로 단정하고 있다.
대책위는 이와 관련,『현재 백병원주변에 대책위측 통제에 따르지 않는 세력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이 정권차원의 프락치등 불순세력이라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범국민대책회의도 31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애국시민」을 자칭하는 일부 불순폭력시위세력은 대책회의 위상을 훼손시키려는 정권적 차원의 음모가 아닌가 여겨진다』며 『조직대오를 정비해 차후 명령질서에 불응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강력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의 수사착수 소식이 전해지자 평소 1백50∼2백명에 달하던 백병원주변 자칭 「애국시민」숫자는 31일오전 20여명으로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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