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국민은행장 "외환은행 새 주인 찾기 올해 안에는 힘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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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인수 작업은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누구도 나설 수 없는 상황입니다. 최소한 1년 안에 새 주인이 정해지긴 어려울 것입니다."

강정원(57.사진) 국민은행장은 16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최근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외국계 은행의 외환은행 인수설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강 행장은 또 '부동산 버블 붕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택 보급률이 여전히 낮고 주택 공급보다는 수요가 더 큰 상황이라는 것이다.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가 원점으로 돌아간 가운데 최근 중국 공상은행 등 외국계 금융사들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소문이 있는데.

"공상은행 대표가 '그런 계획은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 작업은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진행하기 어렵다. 현재 법원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적법한지까지 따져보는 상황 아닌가. 적어도 1년 내로는 인수 작업이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인수자가 정해진다 해도 당국의 최대주주 적합성 심사도 무척 까다로울 것이다. 우리도 론스타로부터 아무런 언질을 받지 못했다."

-올해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은행의 리스크 관리에는 문제가 없나.

"최근 부동산 시장 불안은 실제적인 측면보다 심리적인 차원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그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부동산 거품이 확 꺼질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한다. 최근 부동산 시장 불안이 2003년 카드대란 때와 비슷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신용 대출이 대부분이었던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지금 가계부채엔 아파트 등 실질적인 담보가 있다. 게다가 은행들도 담보인정비율(LTV)과 부채상환비율(DTI)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충분히 해 왔다."

-우리은행이 최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격 전환하기로 했는데 국민은행 상황은 어떤가.

"아직 관련 법의 시행령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시행령이 나와야만 노조와 구체적인 상황을 협의할 수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는 은행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피한 대세지만 비용 부담 증가, 고용의 유연화라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점 등이 문제다. 다른 은행들과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

-은행들이 올해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등 금융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데.

"지난해 다른 시중은행들은 덩치를 많이 키웠지만 국민은행은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자산을 상대적으로 덜 늘렸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목표를 조금 더 잡았다. 특히 소호(SOHO)와 서민금융을 강화할 생각이다. 이발소.당구장.구멍가게 등 신용도가 좋지 않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을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다. 대부업체의 돈을 쓰는 사람도 신용평가를 해 은행 고객으로 끌어들일 생각이다. 이를 위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은 다 갖춘 상태다."

-외환은행을 인수하지 못해 해외 진출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나.

"외환은행을 인수하지 못하더라도 해외시장 진출이 2~3년 늦춰지는 것 외엔 별 지장이 없다. 우선 올해 안에 중국 광저우(廣州)의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고 베트남에 사무소를 낼 예정이다.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에도 수년 내 진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외환은행 외에 다른 금융사를 인수하는 것은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통합 본점 건물을 찾는 작업은 잘 진행되나.

"지난해 마무리하지 못했다. 올해 안에 반드시 본점 건물을 찾아내겠다. 3~4곳 생각하는 데가 있다. 강북 소재 건물에 집착하지 않는다."

정리=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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