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압과정 사망」 정부가 사과해야/성대 장을병 총장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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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합당이후 민주화의지 많이 퇴색/화염병시위는 국민도 편안들것
명지대생 강경대군에 이어 또다시 시위중 숨진 성균관대 여학생 김귀정양의 사체부검을 놓고 당국과 재야·대학생들간에 승강이가 계속되고 있다.
김양의 모교인 성균관대 총장이며 현실참여에 앞장선 「진보적 지식인」으로 5공시절 해직교수였던 장을병 박사를 만나 시국긴장 해소 의견을 들었다.
장총장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서,그리고 양심적으로 살아가려는 한사람의 시민으로서 착잡하고 참담한 심정까지 든다』며 『젊은이들의 조급함과 과격함도 문제겠지만 결국 그들을 거리로 내몬 것은 기성세대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숨진 김양의 사인과 부검 등을 놓고 시비가 계속되고 있는데….
『정확한 사인이 무엇이든간에 진압과정에서 숨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일단 그에 대한 정부측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유족과 학생들도 설혹 김양이 압사로 숨졌다고 해도 그 죽음의 의미가 희석되는 것은 전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줬으면 한다.』
­잇따른 시위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근본적으로 정부가 생각하는 민주화와 국민들이 바라는 민주화의 정도와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고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정부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 3당통합이후 정치적 관용은 사라지고 여당의 태도는 눈에 띄게 경직돼 왔다. 물가나 주택·교통문제 등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들도 하나씩 해결되고 있다는 희망보다는 날이갈수록 힘들어 진다는 절망감이 팽배하게 됐다.』
­어떤 해결책이 있겠는가.
『아무래도 정부가 먼저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미 몇번씩 안하겠다고 밝힌 내각제를 다시 포기한다고 선언한다해서 국민들을 진정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커다란 잘못이다. 정부가 평화시위를 보장하고 보다 관용적인 태도로 나오는데도 학생들이 화염병을 앞세운다면 국민들은 분명 학생들을 비판하고 나설 것이다.
정부와 시위대 모두가 서로 국민들을 자신의 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으며 누가 잘하고 누가 잘못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 정부나 시위대의 편에 일방적으로 서지 않는 것은 양측 모두 잘하지 못한다는 증거라고 본다.』
­분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생명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다. 여러차례 얘기했지만 어떤 주의나 주장,목적을 위해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투쟁을 해도 끝까지 살아남아서 해주기를 당부한다.』<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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