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해진 회사 측 왜 ? 환율 하락 → 수익 악화 → 생존 위기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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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측은 노조의 요구에 대해 시종일관 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울산공장 시무식에서 폭행을 당했던 윤여철(울산공장장) 사장은 "이번만은 불법 파업 악순환의 고리를 반드시 끊겠다.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환율 하락과 최악의 파업 속에서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내수 판매 영업이익 호조와 1조원이 넘는 부품 단가 인하로 인한 협력업체의 고통 분담에 따른 결과다. 지난해 수출차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에 불과했다.

올해는 상황이 더 나쁘다. 환율도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고, 글로벌 경쟁업체들의 공세도 거세다. 이미 러시아.중국 등에서 현대차는 포드.도요타 등의 위협을 받고 있다. 또 협력업체의 납품 단가 인하도 지난해처럼 큰 폭으로 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관행적인 노조 파업을 방치했다가는 경영 실적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정몽구 회장도 '이번 불법파업에 대해선 철저히 대응하라'고 윤 사장에게 주문할 정도다. 게다가 현대차 노조가 조합원 찬반 투표가 아닌 대의원 회의를 통해 파업을 결의한 것이 파업을 위한 법적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점도 '원칙 대응'의 이유로 작용했다. 지난해 현대차는 파업으로 인해 전체 11만8293대의 생산 차질(매출 손실 1조6443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2002년 파업 찬반 투표 때 찬성표가 가장 많았던 울산의 한 공장장을 곧바로 해임했다. 이후 '공장장 인사는 노조가 담당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조의 힘이 세졌다. 2000년 이후 수출이 호조를 보이자 매년 조립 라인을 세우는 것을 무기로 회사를 궁지로 몰아넣었던 노조는 이번 불법 파업에 대해 여론과 울산 시민의 저항이 거세자 당황하는 기색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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