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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세무조사 유예 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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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연초에 중소기업이 반가워할 소식이 하나 들려왔다. 국세청에서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과 차세대 성장동력 분야 중소기업에 대해 2년간 세무조사를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수출액이 매출액의 20% 이상인 중소기업과 고부가 서비스업종 중소기업에 대해선 1년간 유예한다고 한다. 특히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중소기업 기준이 종전의 고용 규모 10% 이상 증가에서 5% 이상 증가로 확대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20명을 고용한 중소기업이라면 올해는 1명만 상시고용하면 된다.

이번 조치가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세무조사에 대한 예측력을 높였다는 점이다. 예상치 못한 세무조사에 대한 불안감 없이 안정적으로 사업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이번 조치는 국가경제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당장 고용증가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기업의 고용은 경영전략이나 실적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지 세무조사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공부문이 자체적으로 고용을 늘리는 고비용 방법이 아니라 민간부문이 스스로 고용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펼쳤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고용 여력이 있는 기업은 신규 채용을 앞당김으로써 청년실업 해소에도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세청 입장에서도 한정된 자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생겼다. 광범위한 중소기업 세무조사 유예로 확보되는 인력을 투기성 부동산 소득자나 지능적 조세포탈범 조사에 동원하겠다고 한다. 국세청은 이번 조치를 통해 세무조사 기조를 양에서 질로 바꾸겠다고 하니 조세정의를 효과적으로 실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세청의 이번 조치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중소기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동시에 고용창출, 세무조사 효율 향상 등 세 측면 모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라 하겠다.

다만 이번 조치를 탈세 기회로 보고 악의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경계해야 한다. 따라서 세무조사 대상을 완화하는 만큼 장부 은닉, 이중장부 작성 등 고의적인 조세 포탈에 대해선 더욱 엄정하게 처벌하고 감시 시스템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세무조사 유예 조치가 단발성으로 그치지 말고 장기적으로 투명성.공정성을 높이고, 기업의 기를 살리는 세무행정 발전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었으면 한다.

류한호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