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기자의뒤적뒤적] 새해 첫걸음부터 버겁나요 여기 지혜의 내비게이션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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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life is

피터 윗필드 지음

이민주 옮김, 예솜출판

프랑스 작가 기 드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이란 소설이 있습니다. 갈수록 인생이 꼬여 남편 등 주변 인물들에게 온갖 쓴맛을 다 본 여주인공이 말년에, 그러니까 소설 맨 끝에 하는 독백이 인상 깊었습니다. 자신할 수는 없지만 "인생이란 그렇게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것이다"란 뜻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번 책을 소개하려고 하니 문득 그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삶이란…' 뜻의 제목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내용은 아주 다릅니다. 생이 저물어 갈 무렵, 한숨과 회한을 섞어 탄식하듯 털어놓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 살배기 아기가 주인공으로 희망과 기대에 찬 이야기입니다. 브라이언이란 주인공에게 그의 수호천사 루크가 충실하고 밝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가르침입니다.

가르침이라 하니 잰 체하거나 딱딱한 이야기일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울이 쳐진 침대에 갇혀 어쩌다 집은 딸랑이를 스스로 놓지 못해 안달하는 아기의 눈높이에 맞춘, 판타지형 이야기니까요.

"언제나 답은 질문 안에 존재해. 질문을 한다는 건 단지 바라는 걸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길 바란다는 거고, 삶에 대한 진정한 질문들을 하게 된다는 건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는 걸 의미해."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브라이언-꽤 맹랑한 아기죠?-에게 루크가 하는 말입니다.

젖을 먹이느라 가슴이 처졌다고, 엉덩이가 펑퍼짐해졌다고 성형수술을 할까 고민하는 엄마나 자기 차가 살짝 긁혔다고 짜증을 내는 아빠를 보며 브라이언은 생각합니다. '아빠가 정말 차를 사랑하긴 하지만 차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아빠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또 '엄마는 외모만 걱정하기 때문에 삶을 완전하게 경험할 수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여기에 루크가 이렇게 결론을 내주죠. "자동차나 몸이니 집착하기보다는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한 거야. 미니 밴을 몬다고 네가 미니 밴으로 바뀌는 건 아니잖아?"

이제 줄거리가 짐작이 가는지요? 책은 집착을 버리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바른 질문을 하고, 만족할 줄 알며 올바로 사랑하는 등 가치있는 삶을 위한 12가지 지혜를 천사와 함께 거리로 나가고 하늘을 나는 이야기를 통해 찬찬히 일러줍니다.

벌써 7살 때 국제철학토론에 참가해 "나는 누구인가?" "인간은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던졌다는 지은이는 심오한 질문을 심상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듯합니다. 그러기에 책을 읽고나면 사소한 것으로 행복해하고,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며, 더 많은 것을 사랑하게 만들 이야기를 이처럼 멋지게 풀어놓았겠지요.

아직 새해 계획을 세우지 못한 이들, 또는 거창한 결심을 하고 벌써 버거워하는 이들에게 권합니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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