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화」추진 반일감정 극복(일 아세안진출과 한국의 대응: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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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현지고용 늘리고 “상호이익” 홍보/한국기업도 장기 정착전략 절실
『아세안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이지역 국민들의 반일감정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일본에 유학하고 일본 현지법인에 취직하기를 원하는게 일반적인 추세입니다.』(박두성 무역진흥공사 일본과장)
아세안국가의 대일 의존도는 심각한 상태다.
태국의 경우 전체 외국인투자에서 일본의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7.1%나 된다. 2위인 미국(12.7%)보다 3배나 높은 실정이다.
인도네시아는 일본의 투자비중이 25.4%로 2위인 홍콩(9.6%)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그런데도 일제하 식민지체험을 겪었던 아세안국민들의 반일감정이 강하게 나타나지 않는 것은 일본기업의 현지화전략이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일본은 60년대말과 70년대초 섬유등 노동집약적인 산업을 중심으로 아세안에 대해 집중호우식 투자를 함으로써 한때 반일운동이 고조되기도 했었다.
이에 따라 일본 경제단체들은 73년 6월 「개발도상국에 대한 투자행동지침」을 만들어 마찰해소에 노력했다.
일본기업들은 또 현지인고용을 늘리고 지역사업등을 통해 일본의 진출이 그 나라의 산업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홍보함으로써 반일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있다.
일본기업의 현지화전략은 현지법인의 판매방식에서도 나타난다.
일본 제조업 현지법인의 판매처는 북미 93.8%,유럽 95.6%에 이르고 있다.
반면 아시아에서는 현지판매가 59.8%에 지나지않고 40.2%가 수출됨으로써 수출거점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특히 아세안에 진출한 전기·기계업종은 현지판매비율이 31.6%에 불과하고 나머지 68.4%가 제3국에 우회 수출된다.
수출지역은 아시아 26.2%,북미 16.3%,일본 13.3% 등이다.
우리나라의 아세안에 대한 투자는 규모면에서는 일본과 비교가 안되지만 투자비중은 일본보다 오히려 높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 등 아세안 4개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투자는 총 2백건,4억4백만달러(90년 6월 현재 잔액기준)로 전체 해외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건수기준으로 18.7%,액수로는 21.8%에 이르고 있다.
국내기업들의 해외투자에 대한 욕구는 이처럼 강하지만 「세계경영」 차원에서 아세안을 생산거점화하는 일본과는 달리 투자전략면에서 일본에 크게 뒤지고 있다.
『아세안에 진출하는 우리업체는 너무 단기적인 이익만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값싼 노동력만 노리고 진출하는데다 국내업체끼리의 과당경쟁도 심하고 이에 따른 기술유출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박두성 과장은 국내업계도 해외진출에 자율조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교역상대국으로서 아세안이 갖는 중요성은 계속 커질 전망이다.
아세안 4개국의 수입규모는 85년 3백72억달러에서 89년 7백52억달러로 4년사이에 2배로 커졌다.
95년에는 1천5백억달러에 이르는 방대한 시장이 된다.
산업연구원의 한충민박사는 『일본은 아시아지역에서도 국가간 연결체제를 갖춰 마쓰시타전기만 해도 싱가포르에 본부를 두고 각국에 2∼3개씩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는 생산거점을 잇는 글로벌전략으로 아직 개별국가별 진출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한국에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동현 수출입은행 해외투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본사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과감한 현지화의 시도』를 강조하고 『특히 노동집약적 산업의 경우 어차피 현지인과의 마찰이 적지않은 만큼 이는 더욱 절실하다』고 말했다.
60년대말부터 아세안 진출을 본격화한 일본기업들은 지금도 현지파견 중간관리자의 경우,사전에 현지언어·문화교육은 물론 파견기간도 5∼6년으로 장기화가 보통이다. 해외파견하면 3년을 넘기 힘들고 이마저 기피풍조가 커가는 국내기업실정에 비하면 일본은 앞서가도 한참을 앞서가고 있는 것이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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