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적학(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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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9세기 영국의 추리소설가 코넌 도일이 창조해 낸 명탐정 셜록 홈스는 아무리 복잡한 사건도 호주머니속에 넣고 다니는 조그만 확대경 하나로 해결하곤 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범죄는 셜록 홈스의 확대경으로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지능적이고 다양하다.
확대경은 전자현미경으로 바뀌었고 그것도 모자라 컴퓨터등 각종 고도의 기술장비가 동원되고 있지만 범죄는 줄어들기는 커녕 늘어나기만한다.
따라서 현대과학의 혜택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분야중의 하나가 범죄수사분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범죄를 추적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특히 인체의 접촉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는 범인의 입술문·족문·치흔도 수사의 단서가 된다.
인체의 접촉은 아니더라도 범인의 목소리가 성문감식에 의해 밝혀지는가 하면 협박장이나 위조문서같은 범인의 필적 또한 수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인간의 필적은 사람마다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필체가 다른 것은 물론이지만 글씨를 쓰는 분위기,얼마만큼 눌러 쓰는가(필압),어떤 속도로 쓰는가(필속)도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19세기말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필적학(Graphology)이라는게 등장,필적으로 사람의 성격이나 심리상태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이 필적학은 인간의 정신분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학과 범죄수사에도 응용되어 정신장애자의 병력을 판단하거나 범죄자의 필적감정에 기여하기도 했다.
최근 강경대군의 장례식을 앞두고 분신자살한 전민련사회부장 김기설씨의 유서가 다른 사람에 의해 쓰여진 혐의가 있다고해 말썽이 되고 있다. 검찰이 제시한 김씨의 필적을 보면 누님에게 보낸 책속의 글씨와 유서의 글씨는 아마추어가 봐도 확실히 다르다.
그러나 전민련측은 여러 자료를 제시하며 검찰 발표는 「악의에 찬 조작」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필적이란 누구도 조작할 수가 없다. 전문적인 감정을 거치면 검찰이 사건을 「조작」했는지,또는 제3자가 유서를 「조작」했는지 밝혀질게 뻔하다. 문제는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해결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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