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쯤 개헌안 발의" 청와대 참모진 대국민 홍보 '시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右)이 12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문희상 의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청와대 참모진이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론 전파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 다음날인 12일 오전 정태호 정무팀장과 김종민 국정홍보비서관은 각각 방송에 출연해 4년 연임제 개헌의 당위성을 홍보했다. 두 사람 모두 대변인 출신이다. 개헌안 추진을 위해 실무 작업을 해온 소문상 정무기획비서관도 이날 밤 TV 토론 프로에 출연했다.

특히 정 팀장은 MBN '송지헌의 뉴스 광장'에서 "개헌을 다음달쯤 발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결정한 것은 없지만 대체로 그렇게 보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도 각계각층에 의견을 구하고 개헌을 제안한 취지의 진정성을 전달하는 데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예고했다.

청와대는 냉담한 여론을 돌리기 위해 개헌안 발의를 위한 공론화 작업을 멈추지 않을 기세다. 김 비서관은 "개헌의 내용과 의미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 참모들은 다음주부터 언론사 등을 상대로 신년 인사를 겸한 개헌론 전파에 나설 방침이다. 윤승용 홍보수석은 "필요하면 이병완 비서실장도 나설 것"이라며 "개헌 제안과 관련해 방송사에서 출연을 요청하면 나간다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 실장은 15일 한국언론재단 초청 포럼에 나갈 계획이 잡혀 있다.

개헌이라는 더 큰 목표를 위해 정계개편론을 둘러싸고 서먹해진 열린우리당을 다독이는 노력도 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전날 당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김근태 의장이 2월 14일 전당대회 개최 문제를 언급하자 "그 문제는 당이 알아서 결정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신당 창당을 '지역당 회귀'라고 규정하며 당을 압박하던 분위기와는 달라진 자세다. 정 팀장도 이날 "당 비상대책위도 개헌 문제와 신당 창당 문제는 별개로 간다고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선 여론의 역풍을 고민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한 뒤 '정략적'이라는 여론의 역풍이 예상보다 빨리, 그리고 강하게 부는 것 같다"고 했다. 청와대가 비서실 차원에서 총력 홍보에 나서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만큼 위기 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눈앞의 분수령은 노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될 전망이다. 개헌론 확산의 진원지 역할을 한 노 대통령은 13일부터 2박3일간 국내를 비운다. 그동안 개헌 공방은 일시적으로 잠복할 가능성이 있다. 이 기간 동안 청와대 참모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헌 제안에 냉담한 여론이 돌아설 기미를 보이지 않을 경우 노 대통령은 또 한번 선택의 기로에 설 수 있다.

글=박승희 기자 <pmaster@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