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미셸 위'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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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위가 1라운드 16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놓치자 다리를 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호놀룰루 AP=연합뉴스]

미셸 위(18.한국이름 위성미)는 1라운드가 끝난 뒤 생방송 인터뷰에서 생글생글 웃었다.

8오버파라는 형편없는 성적으로 출전선수 144명 중 143위에 처진 선수 같지 않았다. "(남자대회에서) 많이 배우고 있다"는 판에 박힌 이야기를 되풀이했고 "전반에는 나빴지만 후반에 좋아졌다"며 마치 2라운드에서는 만회할 수 있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미셸 위는 12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 와이알레이 골프장(파 70)에서 개막한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 소니오픈 1라운드에서 2개의 버디를 잡았으나 6개의 보기와 더블보기 2개를 범해 8오버파 78타를 쳤다. 성적보다도 내용이 더 나빴다. 14개의 드라이브샷 중 페어웨이에 떨어진 것은 단 한 번이었고, 그린 적중률도 27.7%(18번 중 5번)에 불과했다. 지난해 9월 유러피안 투어 오메가 마스터스와 PGA투어 84럼버 클래식, 11월 일본투어 카시오월드 오픈에 이어 남자대회에서 4회 연속 꼴찌로 탈락할 상황이다.

이번 소니 오픈은 '천재 골프 소녀' 미셸 위가 13번째 출전한 남자프로대회. 이전까지 호의적이었던 언론이나 남자선수들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노골적으로 "여자대회에만 전념하라"는 말이 쏟아지고 있다.

AP통신은 '미셸 위 주변에 많은 갤러리가 몰렸으나 환호나 감탄의 박수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고 냉랭한 분위기를 전하면서 '미셸 위에 대한 관심은 컷 통과가 아니라 기권 여부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셸 위의 남자 대회 도전은 끝날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이제는 컷 통과가 아니라 출전 자체에 의미를 두는 듯하다. 그래서 '남자대회 출전은 스폰서와 계약할 때 옵션(의무사항)으로 들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 한 장의 사진이 미셸 위의 달라진 위상을 설명해 주고 있다. 1번홀 페어웨이에 걸려 있는 이 피켓은 ‘왜 남자대회에 계속 출전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호놀룰루 AP=연합뉴스]

미셸 위는 2005년 10월 프로에 데뷔하면서 나이키골프.소니 등과 연간 1000만 달러의 후원 계약을 해 '천만 달러의 소녀'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해 수입은 2023만5224달러(약 188억원)에 달했다.

예전 같진 않지만 이번에도 미셸 위는 여전히 언론의 주요 관심 대상이었다. 거액을 쏟아붓고 있는 스폰서 입장에서 보면 컷 탈락이 되더라도 언론에 많이 노출되는 PGA투어 출전이 웬만한 LPGA투어 대회에 출전하는 것보다 낫다. 미셸 위는 오른 손목에 붕대를 감고 소니오픈에 출전했다. 그러면서도 "괜찮다"고 했다.

부진한 성적이 계속되고 비난을 받으면서도 스폰서와의 계약 때문에 남자 대회에 계속 출전한다면 '일찍 각광받다 일찍 사라지는 천재'가 될 수 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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