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외인 다 나가 !' 프로농구 새판 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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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 팬들은 다음 시즌 외국인 스타 크리스 윌리엄스 없는 추운 겨울을 보낼 것이다. 아니면 라이벌인 원주 동부의 유니폼을 입고 모비스 골대에 덩크슛을 꽂아 대는 윌리엄스에게 야유를 퍼붓거나.

프로농구에 빅뱅이 일어난다.

한국농구연맹(KBL) 김영수 총재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다음 시즌부터는 올 시즌 KBL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을 완전히 배제하거나, 드래프트에 참가하더라도 기존 소속팀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선수에 대해서는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얘기다.

KBL은 8일 이사회에서 외국인 선수 영입 방법을 자유계약에서 트라이아웃 드래프트 제도로 변경했다. 그러나 기존 외국인 선수들이 태업을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들의 드래프트 참가를 완전히 제한할지, 참가는 허용하되 기득권만 인정하지 않을지에 대한 결정은 시즌이 끝난 뒤 내리기로 했다.

이 같은 변화는 "현재 일부 선수가 가격 제한선(2명 합쳐 28만 달러, 1인 최대 20만 달러)을 훨씬 넘는 돈을 받는 부정 선수여서 규정을 지키는 팀과 공정한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반영된 것이다. 즉 KBL도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에게 규정보다 많은 돈을 주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이에 따라 화려한 경력의 루 로(SK), 피트 마이클(오리온스),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윌리엄스(모비스), 찰스 민렌드(LG) 등은 다음 시즌 아예 한국에서 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KBL이 기존 선수의 드래프트 참가를 허용하더라도 새로 정한 1인당 상한액(월 2만5000달러.총 17만5000달러)을 A급 선수들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만약 A급 선수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드래프트에 나온다 하더라도 기존 팀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작다. 내년 드래프트 순위는 올 시즌 성적과 관계없이 추첨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가능성은 10%에 불과하다.

따라서 다음 시즌 프로농구 판도는 확 바뀌게 된다.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증된 외국인 선수를 보유해 좋은 성적을 냈던 팀들의 불확실성이 커진다. 한 농구 관계자는 "자유계약제에서는 감독들이 오랫동안 선수를 관찰하고 팀에 맞는 선수들을 고를 수 있지만 드래프트제에서는 정보가 적어 운에 따라 성적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그런 불확실성이 오히려 농구의 재미를 높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내 선수의 비중은 다소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외국인 선수가 오고, 특히 외국인 선수들이 장악하던 골대 근처에서 활약하는 국내 선수들의 주가가 올라갈 것이다.

현재 A급 선수를 보유한 구단들은 이사회에서 드래프트 제도 도입에 격렬히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래프트로 돌아가면 하향 평준화되고 스타급 외국인 선수가 떠나거나 팀을 옮기면 농구 인기도 떨어진다"는 논리다.

김 총재는 "외국인 스타를 보러 오는 팬도 많고 연속성도 중요하지만 국내 선수의 비중 확대와 프로농구의 발전을 위해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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