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문명」 교육(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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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매일 학과를 안보고 외라고만 해요. 우리들은 그저 하나하나의 단어만을 배워야 해요. 그런데 나는 그것이 안돼요. 나는 무엇이고 의미를 모르고 암기만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선생님은 몽둥이를 꺼내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국민학교시절 어느날 그의 어머니에게 울면서 털어놓은 학교생활의 괴로움에 대한 고백이다. 그는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 진보가 늦었고,말하는 것이나 책읽는 것이 더디고 퍽 수줍어하는 성격이었다.
아인슈타인이 그러한 괴로움속에서 품었던 생각은 엉뚱한 것이었다. 『내가 광선을 타고 가면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내가 빛의 속도로 달리는 전차를 타고 떠나면서 본 시계가 정오를 가리키고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물론 그 시계는 계속 정오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광선을 타고 가는 전차는 시간상으로 고정된다. 시간은 정지한다.』
이 소년이 품었던 엉뚱한 공상은 결국 후일 상대성원리의 핵심이 돼 인류문명사에 커다란 획을 긋는 업적으로 남는다.
지금 서울의 종합전시장(KOEX)에서 열리고 있는 학생발명전에는 7백40여점의 학생 발명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이중 53%가 국민학생들의 작품이다. 최우수상을 비롯한 뛰어난 작품들이 대부분 국민학생들의 아이디어다. 또 해마다 10월이면 개최되는 전국과학전을 봐도 국민학생들의 작품이 70%이상을 차지한다. 대부분 우수상 역시 국민학생들이 휩쓸어 오고 있다.
반면에 이번 발명전에서 중·고등학생들의 출품수를 보면 전체의 20%와 13%정도로 뚝 떨어진다. 과학전람회의 경우 최근 3년간의 경향만 봐도 중·고생 부문은 평균 15% 정도에 그치고 있다. 교육과정이 높아질수록 창조적 노력이 증가되고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축되고 꺽이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현재의 교육제도를 「공장문명」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학생들을 원자재로 간주해서 소정의 조립라인을 거치는 획일하되고 표준화된 교육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현실에 적중되는 지적이다.
아인슈타인이 뜻도 모르는 내용을 암기하는데만 몰두했었더라면 어땠을까. 우리의 중등교육은 아직도 그런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을 모범적인 공부벌레로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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