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상 오류 간과한 제목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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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앙일보 4월29일자 (일부 지방 30일) 21면 「10부제 80% 찬성」제하의 기사를 읽고 몇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이 기사의 내용은 서울시에서 실시한 시정 일반시민 여론 조사인데도 제목만을 보면 마치 서울 시민의 큰 관심사는 승용차 10부제 운행 제도에 있는 것처럼 비쳤다.
먼저 여기에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조사 대상의 오류 혹은 잘못된 조사 문항 선정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이다.
승용차 운행 제도에 대해 조사하려면 같은 수준 (차량 소유자)의 동일 집단을 선정해야 하는데도 교통 수단 이용 비율에서 나타난 것처럼 총 응답자 90%중 대중 교통 이용자가 76%로 (시내 버스 45%, 지하철 26%, 택시 5%) 조사를 하지 않더라도 찬성률 80%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 마치 승용차를 가진 사람이 에너지 낭비·교통 문제의 주범인 듯한 인상을 주는 「10부제 80% 찬성」이란 제목을 단 것은 무의식중에 계산된 목적을 위해 조작된 (?) 통계 숫자에 놀아나던 과거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따라서 이미 승용차가 부의 과시나 가진 자의 전유물이 아닌 생활필수품이 된 이 시점에서 중앙일보는 걸프전 때부터 에너지 절약, 교통 문제 해결은 「승용차 운행 제한에 있다」는 자칫 가진자에 대한 못가진자의 불만으로 비칠 수 있는「10부제 80% 찬성」을 제목으로 사용하기보다 통계 숫자의 허구를 직시해 국민 공통의 관심 사항인 「주변 환경 오염 평가 수치」나 「대중 교통 수단 불편 사항」 내용 중에서 제목을 선택하였더라면 독자에게 좀더 설득력 있는 기사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박윤배<서울 양천구 신정동 목동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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