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G10으로 ⑤ 여성 고용을 늘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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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유명희(35.여)씨. 1996년 S기업에 입사해 인사과에서 대리까지 승진했으나 2001년에 퇴사했다. 4살짜리 딸과 직장 사이에 고민하다가 결정한 일이다.

파출부를 둘 형편이 안 돼 아이가 돌이 될 때까지는 같은 아파트 앞뒤 동에 사는 친정어머니 신세를 졌다. 돌이 지난 후부터는 낮에는 아파트단지 내 가정보육시설에 맡기고 저녁에는 친정어머니가 돌보게 했다. 같은 S그룹 계열사에 다니던 남편도 오후 10시 이전엔 퇴근을 못해 아이 돌볼 틈이 없었다. 아이가 4살이 되면서 일흔 고개 친정어머니가 병이 나고 아이는 보육시설에서 감기 걸려 오기가 일쑤였다. 충청도에 계신 시어머니께 아이를 보낼까 고민도 잠시 해봤지만 "나 하나 희생해 다른 가족들 편하게 하자"는 생각에 퇴사를 결심했다. 퇴사 후 아이를 3년반 키웠을 때 회사에서 연락이 와 여직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계약직을 얻었다. 지난해부터 회사가 풀타임을 권유해 왔지만 아이가 초등학생이라 풀타임은 아직 엄두도 못 낸다.

우리나라 실업률은 낮다.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5% 수준을 별로 넘기지 않고 대부분 4% 미만이다. 그래서 많은 나라가 부러워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들의 실업률은 대부분 6%가 넘고 가끔 7% 수준을 넘을 때도 많다(실업률은 일하고자 하는 사람 중에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의 비중이다).

선진국보다 실업률이 낮고 일하는 시간도 이렇게 긴데 왜 우리는 소득이 낮을까. 생산성이 낮은 것도 문제지만 생산가능인구 중 일하는 사람(고용률)이 적기 때문이다. 2005년 우리의 고용률은 63.7%, OECD 나라 중에 17위다.

청년.여성.취약계층 어느 계층을 보나 모두 선진국에 비해 일하는 사람들이 적다. 특히 여성의 고용률이 낮다. 선진국은 10명 중 6~7명은 직장에 다니는데 우리는 5명(52%) 조금 넘는다. 여성 고용률이 OECD 30개국 중에서 21위다. 결혼 후 출산하거나 애를 키울 때 직장을 갖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은 "선진국의 소득이 높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남녀 모두가 일을 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선진국이 되고 선진국의 소득을 가지려면, 가계소득을 가장(家長) 한 사람에게 매달리는 관행에서 벗어나 남녀 모두가 일해야 한다는 얘기다.

선진국도 육아는 대부분 여성의 몫이다. 그런데도 일터에는 여성들이 많다. 아일랜드를 보라. 가부장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80년대 중반 32%던 여성고용률을 2004년에 56%까지 올렸다. 일하는 것이 유리한 세제와 '친가족(family-friendly)적인 근로형태'를 갖추어서다. 한집안의 두 번째 소득에 대해 세율을 깎아주고 세금공제 폭을 넓혀줘 여자가 일할 인센티브를 늘리면서 근무시간과 임금체계를 유연하게 만들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하게 한 것이다. 전체 기업의 3분의 2가 '정규직 파트타임'제를 실시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강우란 수석연구원은 "실업구제책이나 산업육성책만으로는 일하는 사람이 늘어나지 않는다"며 특히"여성고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보육 인프라 구축과 더불어 세제를 통한 근로 인센티브, 그리고 가족친화적인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정수 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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