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운 홍콩달러… 위안화에 밀려 중국내 통용 크게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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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중국 위안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중국에서 홍콩달러가 천대를 받고 있다. 홍콩달러를 아예 받지 않는 중국 가게도 계속 느는 추세다. 홍콩달러를 내면 돈을 더 내라는 가게 주인까지 있을 정도다.

공식환율로는 아직도 홍콩달러가 약간 강세지만 위안화와 곧 역전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홍콩 금융계에서는 현재 미국 달러에 고정돼 있는 홍콩달러 환율을 위안화에 고정시켜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 "홍콩달러 안 받아요"=최근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시 푸톈(福田)구에 있는 상하이(上海)식당. 기자가 식사를 하고 150 홍콩달러를 내자 주인이 위안화를 요구했다. "부근 식당 대부분이 홍콩달러를 받지 않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유를 묻자 홍콩달러를 받아 위안화로 환전을 할 경우 2~4%까지 손해를 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선전 시내에서 택시를 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연말부터 일부 택시 기들이 홍콩달러를 낼 경우 추가요금을 요구했다. 올해는 홍콩달러를 거부하는 운전사들이 30%를 넘는다.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후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 인민은행이 8일 고시한 홍콩달러의 대 위안화 환율은 홍콩달러 당 1.00281위안이다. 지난 2005년 7월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상하기 이전 100위안은 94홍콩달러에 환전 됐다. 그러나 절상 이후 위안화 가치가 꾸준히 오르면서 지난해 연말 100위안은 99.6홍콩달러에 교환되며 '위안-홍콩달러 등가 시대'를 열었다.

홍콩상점들도 올해부터 위안화를 받기 시작했다. 홍콩 대규모 주택가인 타이쿠싱(太古城)에서 전자제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펑혼만(馮澣文)은 "지금까지 중국 단체 관광객을 상대하는 상점 외에는 위안화를 받지 않았으나 올해는 위안화 가치가 홍콩달러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여 연초부터 위안화를 받는 상점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의 선 훙 카이 파이낸셜그룹의 캐스토 팡 스트래티지스트는 "폭발적인 중국의 경제발전을 고려하면 위안화와 홍콩달러 가치는 1월 내에 공식환율로도 역전될 가능성이 크며 이 때문에 홍콩과 중국 시장에서 위안화 결제를 더 원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올해 위안화 3~5% 절상"=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위안화 가치는 오를 것이라는 게 중국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중국경제의 고도성장과 1000억 달러가 넘는 무역흑자 등으로 미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이 거세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은 올해 위안화가 3% 절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골드먼삭스는 올해 5.7%, 2008년에는 5.3%가 절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홍콩정부 싱크탱크인 국가정보센터(SIC)도 올해 중국 본토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위안화 가치가 3~4% 추가 절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 외국계 은행들은 10% 절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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