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검없는 사인규명 가능한가/공소유지 고민하는 검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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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직접 가격자가 누군지 못찾고/CT촬영 증거 채택 전례 없어
명지대생 강경대군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강군 사체에 대한 검시결과 「외부 가격에 의한 심낭 내출혈」로 사인을 결론짓고 부검을 실시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구속된 전경들의 상해치사죄 입증에 논란을 빚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수사과정에서 CT(컴퓨터 단층촬영)에 의한 사인규명의 전례가 없었던데다 앞으로 이와 비슷한 사건이 일어날 경우 유족 등에 의한 부검거부의 여지를 만들어주었다는 점에서 이번 검찰의 처리가 바람직하지 못한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강군을 폭행한 전경 5명을 구속하면서 직접사인을 「두개골 함몰골절」로 추정하는 등 사인이 불명확해 엄격한 증거를 요구하는 공소유지 필요성과 사건진상 규명에 있어 부검이 필수적인 것이라고 보고 대책회의측과 이 문제를 논의해 왔었다.
당시 검찰은 부검 필요성으로 ▲가격부위가 정확히 어느곳인지 ▲누가 때린 상처가 직접사인이 됐는지 등을 밝혀야 한다는 점을 들어 『명백한 타살이므로 부검이 필요치 않다』는 대책회의측 주장과 팽팽히 맞서 왔다.
검찰은 그러나 대책회의측 추천 의사와 합동으로 1일 오후 실시한 검안과 CT에 의한 검시결과 심낭내 출혈이 강군의 직접 사인이라는 점에 양측이 일치된 의견을 보여 부검이 필요치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형사소송법 222조는 「변사자 또는 변사의 의심이 있는 사체에 대해서는 검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강군 사체의 경우 반드시 검시는 해야 하지만 검시에는 검안과 부검이 포함되므로 검안만으로 사인이 밝혀질 때는 반드시 부검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검찰 관계자는 『강군 사체에 대한 검안만으로 사인을 밝히지 못할 경우 부검하려했으나 최신 과학기자재인 CT에 의해 사인이 규명돼 단순한 육안검사와는 달리 부검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고,사인과 범행행위간의 인과관계가 밝혀져 공소유지에 어려움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검찰 일부에서는 『살아있는 사람에 대해 질병 진단을 목적으로 실시하는 CT 촬영을 사체 사인규명에 적용한 사례가 없다』며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이번 사건처리에서 이같은 편법을 쓴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CT를 통한 사인 확인이 첫 사례라는 점에서 판례가 없기 때문에 법원에서 증거채택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증거 자체에 대한 다툼과는 별도로 검찰이 강군 사체 부검 방침을 후퇴한 것은 결과적으로 유가족 등의 완강한 부검 거부에 굴복했다는 인상과 함께 정책적으로 사건을 신속처리하려 한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김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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