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타살”부검시비 일단락/강군 사체검안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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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당초 알려진 두개골 함몰 없어/인의협/“추정규명곤란”한때 부검요구/검찰측
명지대생 강경대군의 사인규명과 구속된 전경들의 증거확보를 둘러싸고 부검·검안으로 줄다리기를 벌였던 검찰·대책회의측이 1일 합동으로 검안을 한후에도 부검의 필요성을 놓고 양측 의견이 엇갈렸으나 검찰은 심장내출혈로 사인을 결론짓고 부검하지 않고 사체를 인도키로 했다.
1일 오후 5시30분쯤부터 2시간동안 벌어진 강군 사체검안에는 검찰측에서 위촉한 황적준 고대의대교수등 의사 4명과 대책위측의 양길승 성수병원원장(인의협공동의장)을 비롯한 의사 4명등 모두 8명의 의사가 참여했다.
이들은 검안후 연세대의대 본관에서 오후 7시30분부터 회의실 문을 걸어잠근채 오후 10시45분까지 문밖으로 고성이 들리는등 격론을 벌인끝에 1차검안결과를 공동으로 발표했다.
검안의들은 발표에서 사인과 관련될 가능성이 큰 상처로 ▲우측이마에 5㎝가량 찢어진 상처 ▲정수리부분에 크게 부어올라 있는 부위 ▲왼쪽가슴 아래쪽 길이 15㎝가량의 피하출혈등 세군데를 지적했다.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논란을 벌인 끝에 채택된 CT(컴퓨터 단층촬영)결과는 복부의 경우 장기파열 등의 이상증세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머리·심장부분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소견이 있었으나 전문판독기술이 부족해 판단을 일단 유보했다.
그러나 인의협소속 의사들은 머리·심장부분의 CT결과 판독이 끝난 다음에도 사인이 불분명할 경우 부검을 건의하자는 의견을 강하게 주장,이날 오후 11시40분부터 연세대의대 방사선과 소속 CT판독전문교수 3명을 급히 나오게해 소견을 들었다.
3명의 전문가는 2일 오전 3시까지 필름을 판독한 결과 지금까지 주요사인으로 알려졌던 두개골 함몰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으며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심막강내에서 출혈이 있었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다.
가슴부위의 사진판독을 맡은 최형식 교수는 『조영제를 투입하지 않아 혈관구분이 어려워 단정지어 말하기는 힘들지만,심막강내에 출혈 등으로 혈액이 갑자기 고여 심장을 순간적으로 압박,심장이 뛰지못하게하는 「심낭내출혈」의 증후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것이 치명적인 사인이었음을 밝혀냈다.
이에 대해 인의협측 의사들은 『가슴부위에 외상이 생길때 그 충격으로 인해 「심막강내 출혈」이 일어난 것으로 사인을 추정할 수 있다』며 『CT판독으로 주요사인부위가 가려진만큼 부검을 꼭 해야하는가는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측 검안의들은 『사인규명은 추정만으로는 곤란하며 가슴부위의 상처는 마지막 갈비뼈 부근에 생긴 것으로 심장부위와는 다소 떨어져있어 서로 연관시키기 힘들다』며 『다른 요인에 의한 출혈가능성등 정확한 사인규명을 위해서는 부검이 꼭 필요하다』고 재차 주장했다.
대책위측은 『목격자 증언,당시 정황을 비춰볼때 맞아 죽은 것이 분명한데도 사인규명이라는 미시적 측면만을 강조,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검찰측의 부검요청에 또다른 저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입장.
이에 대해 검찰은 보다 정확한 사인규명을 위해서는 부검이 필요하지만 타살이라는 움직일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에 더 이상의 부검시비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홍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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