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의 슬픈 사랑노래 들어 보실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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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홍대 라이브클럽과 가야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지만, 가야금 싱어송라이터 정민아(28.사진)가 현을 뜯으면 관객들은 자연스레 가야금 선율에 몸을 맡긴다. 전래민요를 편곡한 '새야 새야'의 구성진 가락에 눈물 흘리는 이가 있는가 하면, 가요를 편곡한 '노란 샤쓰의 사나이'의 흥겨운 선율에는 콧노래가 절로 흘러나온다.

홍대 클럽에서 가야금 연주를 해온 정씨가 첫 정규앨범 '상사몽(相思夢)'을 냈다. 황진이의 시에 곡을 붙인 상사몽은 슬픔이 묻어나는 퓨전 멜로디를 추구하는 그의 음악색깔을 보여주는 노래.

국립국악고를 거쳐 한양대 국악과를 졸업한 그는 경기도 안양의 라이브클럽에서 연주를 하다가 2005년 10월 홍대 라이브무대에 진출, 독보적인 가야금 싱어송라이터로 이름을 날려왔다.

대학 졸업 후 국립국악원이나 국악 관현악단에 취직을 못 해 라이브 무대로 뛰어든 그지만, 차선으로 선택한 이 길이 그의 음악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줬다.

"가야금을 기타나 하프처럼 연주하며 노래까지 부르니 관객들이 무척 신기해 했어요. '국악은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잘못된 관념을 깨 주었다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꼈죠. 다른 뮤지션들과의 교류도 음악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됐어요."

생계를 위해 낮에는 소액결제대행사의 전화상담원으로 일하는 그는 초등학교 때 한국 무용을 배웠으나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치면서 가야금으로 진로를 바꿨다. 그는 작곡에 필요한 기타.건반 실력에 장구.드럼까지 다룰 줄 안다. 그가 연주하는 가야금은 12현이 아닌 25현의 개량 가야금이다. "한(恨)을 표현하는 가야금의 매력에 양악과 접목할 수 있는 화음까지 만들 수 있다"는 게 그가 말하는 개량 가야금의 매력.

이번 앨범에서 브라질 퍼커셔니스트 발티노 아나스타시오, 재즈드러머 크리스 바르가 등 수준 높은 세션진과 함께 작업, 월드뮤직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자연스럽고 운명적인 음악'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여름 홍대 인근에서 열린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연주를 했는데 비가 쏟아지는데도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더군요.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그런 음악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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