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임금체계 “회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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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업종전환 단자사 기존업계와 큰 격차/시은등 불만,평준화바람 일듯
8개단자(투자금융) 회사가 증권 및 은행으로 전환함에 따라 금융기관간 임금격차가 상당히 줄어들 전망이다.
1,2금융권을 통틀어 현재 임금이 가장 높은 곳은 단자회사들이다. 단자사 대졸 초임사원의 한달평균 급여(보너스제 수당포함)가 1백40만원선으로 시중은행에 비해 2배 이상 높으며,활황때 임금베이스가 크게 높아진 증권사보다 30만원 정도 많다.
업종전환 단자사(서울·한성·동부·고려·한일투금 등 5개사는 증권,한국·한양·금성투금 등 3개사는 은행으로 전환)들은 자신들의 임금수준이 전환할 기존업계보다 크게 높다는 점을 두고 적잖이 고심했다.
그래서 일부 단자사는 직원들로부터 일괄사표를 받은 후 재발령을 내 급여수준을 기존업계에 맞춘다는 묘안을 짜내기도 했으나 현실적으로 봉급을 깎을 수는 없다는 당위론에 밀려 기존의 급여수준을 그대로 끌고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기존 업계에서는 어쨌거나 신설은행·신설증권사의 임금이 자신들보다 크게 높다는 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은행과 증권사들은 앞으로 노사간 임금협상때 상당한 마찰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의 경우 금융계의 「맏형」위치에도 불구하고 월급은 가장 낮아 불만이 누적돼 있는 상태다.
단사자들은 업종을 바꾼 후 몇년간은 임금인상률을 최대한으로 억제,기존업계와의 격차를 줄인다는 생각이다.
단자사들은 특히 그동안의 단자사영업은 비교적 장사가 수월해 다른 금융기관보다 많은 월급을 줄수 있었으나 은행이나 증권으로 전환할 경우 업계 초년병인데다 경쟁이 전보다 훨씬 치열해져 수익을 제대로 못낼 것이고 그에 따라 임금인상을 자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종전환 단자사들이 앞으로 임금인상을 억제한다고 해도 특히 시중은행과의 격차는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시은의 경우 임금협상때 아직도 정부의 입김을 크게 받고 있는데다 2조원이 넘는 부실채권으로 인해 수익성이 하루아침에 급신장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어쨌든 임금수준이 높은 단자사들의 업종전환으로 인해 기존 금융계의 급여체계에는 상당한 회오리가 불어올 전망이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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