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김 독대」뒤 개혁입법 활기/정치(지난주의 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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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통령,내각제·3김 역할론 입장정리/국회대표단 건국이후 처음 북한 방문
한소 정상회담이 내외에 파장을 일으키며 국내정치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 한주간이었다.
한소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매듭지은 노태우 대통령은 그 결과를 설명하는 기회를 이용,김대중 신민당총재와 단독요담해 국회의 개혁입법 현협에 활기를 불어넣는 한편으로 미묘한 여운을 정가에 남겼다.
국회는 본회의 대 정부질문을 통해 두산 페놀유출·원진 직업병사태등 수질오염·환경공해 현안을 집중 추궁했으며 국제의회연맹(IPU) 평양총회에 대표단을 북한에 보냈다.
○숙제도 남긴 한소 회담
○…21일의 한소 정상회담은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변덕스런 일정변경으로 모양새에 문제가 있었지만 여러측면에서 실질성과를 거뒀고 또 음미할만한 대목을 남겼다.
소련측은 우리의 유엔가입과 북한의 핵사찰을 지지했다. 이것은 남북한 관계에 새로운 변수이자 중국의 한반도정책에도 압박을 가하는 명시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소련 최고지도자가 지난 46년간의 우방인 북한을 제쳐놓고 이제 갓 수교한 한국을 먼저 방문하고 우리의 유엔가입을 지지했다는 사실이 갖는 상징성은 의미심장한 바있다.
그 첫째가 소련의 북한에 대한 무언의 신호다.
소련은 북한에 개방과 한국과의 평화공존 및 대화를 추진하도록 시사하고 유도한 셈이다.
둘째,북한을 싸안고 있는 중국에 현실을 인정할 수 있는 한 방편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중국이 최소한 우리의 유엔가입에 중립적 입장을 취할 수 있는 길을 터주었을 뿐 아니라 우리와의 수교를 촉진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주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측이 소련으로부터 ▲2차대전중 연해주의 우리교민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하고 ▲북의 6·25동란계획을 부추기고 지원했으며 ▲83년 대한항공기를 격추시켰던 역사적 사실에 대해 사과를 받아내지 못한 점은 아쉽기 짝이 없다. 앞으로 우리 외교가 해결해야할 과제라 아니할 수 없다.
○「은밀한 대화」내용 촉각
○…노대통령은 23일 낮 여야지도자와 3부요인에게 한소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김대중 신민당총재와 25분간 단독 요담했다. 즉각 향후 정국동향과 관련된 모종의 은밀한 얘기가 오갔을지 모른다는 추측을 낳으면서 각 정파로 하여금 촉각을 곤두세우게 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은 ▲내각제 개헌에 대한 의중 탐색 ▲대통령의 당적 이탈문제 ▲개혁입법의 처리문제등이 오갔다는 것이다.
두 사람 회동의 가시적성과는 성사여부는 여전히 불투명 하지만 개혁입법을 이번 임시국회내에 처리키로 한 것이다. 그 결과 신민측은 지금까지의 완강한 원칙고수 입장에서 크게 후퇴한 수정안을 마련중이며 민자측도 야측과의 절충자세를 가다듬고 있다.
김총재는 차기집권경쟁의 구도에서 노대통령의 내각제 개헌의지를 물었다. 노대통령은 ▲내각제 개헌을 선호하나 ▲국민이 원하지 않는한 하지 않는다는 종래입장을 되풀이했고 이어 지론인 3김 역할론을 강조했다.
김총재는 『노대통령이 내각제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는 기존의 느낌을 재확인했다』고 총평해 『3김씨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느 것이 내가 할일』이라고한 노대통령 언급과 어우러져 묘한 여운을 던졌다. 더구나 김총재는 노대통령의 잔여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한 「주요한 의견」을 개진했다고 말해 의문을 증폭시켰다.
○평양 IPU총회 참석
○…국제의회연맹 평양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27일 판문점을 거쳐 북한에 들어간 국회대표단은 건국후 국회대표로서 첫 방북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있다.
북측이 우리 대표단을 어떻게 대할지,남북대화에 어떤 자세를 시사할지가 5월5일까지의 체류일정에서 드러날 것이어서 관심깊게 지켜봐야할 대목이다.<이수근 정치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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