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신뢰 상처날까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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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실수인 만큼 더 이상 문제삼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 "평소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법조계 전체 신뢰에 상처"=법원 내부에서는 "빨리 논란이 해소되길 바랄 뿐"이라며 파문의 확산을 우려했다. 사법부 수장이 어떤 사안으로든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이 대법원장이 과거 변호사 시절의 사건 수임 내역 자료까지 언론에 공개하며 억울함을 호소한 점을 국민이 감안해 줬으면 한다"고도 했다. 일부에서는 세금 신고 누락 문제가 불거진 배경에 의구심을 표시했다. 대법원의 한 간부는 "국세청이나 검찰이 아니면 확인이 불가능한 사안을 언론이 어떻게 알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법원이 알아서 할 일이지 우리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법원뿐 아니라 법조계 전체의 신뢰에 상처가 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영장 갈등'으로 양측이 많은 상처를 받았는데 법원이 하루속히 의혹을 해소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에게 책임 있는 모습 보여야"='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은 성명을 내고 "이 대법원장의 '고의가 아니므로 책임이 없다'는 식의 입장 표명으로는 결코 국민적 의혹이 해소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직 대법원장에 대한 탈세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스스로 내세우는 도덕성이나 청렴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 대법원장은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의연한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고 밝혔다. 대한변협도 논평을 통해 "국민은 물론 대다수 변호사가 거액의 신고 누락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이해하기 어려우니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논평을 냈다.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누구보다 법을 준수하고 모범이 돼야 할 대법원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도 "이 대법원장의 해명은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허물이 드러난 상황에서 이 대법원장이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논평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단순 착오라면 용인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가 싶다. 다만 앞으로 좀 더 신중하게 말하기를 바란다"(문병호 제1정조위원장)고 했으며, 청와대는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한편 이 대법원장의 세무신고를 대행했던 박상설 세무사는 이날 본지 기자와 만나 "나의 실수로 대법원장의 거취 문제까지 불거져 입장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백일현.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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