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의 일정표는 대부분 '빈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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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고건(얼굴) 전 국무총리의 이번 주 일정표는 대부분 빈칸이다. 오래전에 잡아뒀던 1일과 3일 YS(김영삼).DJ(김대중) 자택 방문과 언론사 인터뷰 일정만 소화했다. 4일 40대 직장인들과 만나려던 약속은 하루 전 급히 취소했다.

그 이유에 대해 고 전 총리는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측근들은 "며칠간 정국 구상을 위해 장고(長考)에 들어간 것"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요즘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사 10곳의 신년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10.9(KBS)~18.1%(중앙일보)에 그쳤다. 1년 전 부동의 1위였다가 이젠 처지는 3위가 됐다. 그의 주변에선 '위기감' '긴장감' '비상(非常)'이란 단어가 많이 나온다.

"(지지율 하락이) 예측됐다곤 하지만 확인하고 보니 더 충격"이란 말도 나왔다. 고 전 총리 자신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참모들 사이에선 별 뾰족한 타개책이 떠오르지 않는 듯하다.

3~4월 중 국민통합신당을 띄우기 위해 열심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정치적 자질이나 능력을 보여줄 장이 설 때마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고 전 총리 측 한 관계자는 이런 얘기도 한다. "고 전 총리가 대선에 나서려면 범여권의 단일 후보가 돼야 한다. 범여권의 단일 후보가 되려면 대주주인 노무현 대통령을 넘어서야 한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노 대통령을 어떻게 대할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지율 문제의 해법도 거기에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4월 보궐선거가 승부처"=고 전 총리와 가까운 인사들은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말 그와 신당을 추진키로 합의한 열린우리당 정대철 고문은 4일 여권 의원 30여 명과 만난다. 이달 중 신당 추진 모임을 결성하기 위해서다. 민주당 신중식 의원은 "박원순 변호사나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으로부터 힘을 모으겠다는 다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로 민주당' '도로 열린우리당'이 아닌 제대로 된 신당을 창당하고 4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 경쟁력이 나온다"고 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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