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 흑의 다음 한 수는 어디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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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4강전 1국 하이라이트>
○ . 서봉수 9단 ● . 창하오 9단

프로라면 누구나 창하오(常昊) 9단이 서봉수 9단보다 강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나이 차가 너무 많아(23년) 비교 자체가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의 실제 전적은 서 9단 쪽이 3전 3승. 1996년의 진로배, 97년의 LG배, 2000년의 삼성화재배에서 모두 서 9단이 이겼다. 한물 갔다는 서 9단이 한창때의 창하오를 연파한 것은 중국 기사만 만나면 펄펄 나는 서봉수의 특이 체질 덕이다. 한동안 중국에선 서봉수란 사람을 염라대왕 보듯 했다.

장면도(47~56)=그러나 이 판은 초반부터 흐름이 불길하다. 백이 많은 투자를 기울인 하변 백진에 창하오가 47로 푹 뛰어들었는데 이 수에 대한 응수가 영 보이지 않는다.

백△들을 거저 다 죽일 수는 없으므로 48로 공격해 본다. 흑이 '참고도1'처럼 밀고 나오기만 한다면 백은 고민이 사라진다. 12까지 흡족한 바꿔치기가 이뤄지는 것. 물론 창하오 같은 고수가 이런 길을 갈 리 만무하다.

창하오는 49로 사이드스텝을 밟아 51로 뚝 끊어왔는데 이 수가 실로 준엄해 서 9단은 잠시 눈을 감아버린다. '참고도2' 백1로 뻗으면 흑2~8의 돌파. 이건 흑집이 너무 커 망한 모습이다. 부득이 52로 뻗었으나 이것도 55의 강수가 기다리고 있다. 만약 흑A의 이음이 성립되면 끝장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목인데 흑의 다음 한 수는 어디일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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