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석 47석 '벤처 여당' 잘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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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의 창당은 새로운 정치실험이다. 열린우리당의 의석은 47석. 원내 점유율 17.2%의 미니 여당이다. 이 의석을 갖고 무당적인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 과제를 열린우리당은 자임하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의 야 3당은 대통령 탄핵과 개헌이 가능한 재적 3분의2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탄핵 저지선에도 못 미친다. 열린우리당은 정치개혁과 지역구도 타파를 명분으로 이 난관을 뚫으려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총선 준비다. 열린우리당의 출범으로 내년 4월 총선은 4자 구도가 됐다. 열린우리당은 정치개혁을 무기로 총선에서 현재의 의석 구도를 뒤바꿔 보려 하고 있다. 벤처기업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이는 盧대통령의 집권 중.후반기 운용 구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도 하다.

盧대통령이 이날 대회장에 보낸 창당 축하 메시지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盧대통령은 "지난 수십년간 우리 정치를 소란스럽게 한 정치자금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을 독식하는 잘못된 정치구도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의 내년 총선 목표는 제1당이다. 정당연합을 통해 과반수 의석 확보도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책임총리제 등을 명분으로 한 야당의 권력 분점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당내 개혁파와 현실주의자 간의 갈등 조정, 소장파와 중진 간의 조화도 열린우리당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특히 내년 총선을 지휘할 당의장 경선을 놓고 내분이 불거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재 출마 예비 후보로는 김원기 공동의장, 김근태 원내대표, 정동영 의원,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거명되고 있다.

◇창당대회=행사는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1만여명의 대의원과 당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청와대에서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한나라당 이강두 정책위의장, 민주당 장재식 사무총장, 민국당 김동주 대표 등이 축하차 참석했다.

김원기 공동의장이 자리를 안내하던 당직자와 얼굴이 부딪쳐 왼쪽 눈 언저리가 부어오르는 '충돌사고'도 있었다.

이수호.신용호 기자<hodori@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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