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료 감시 '암행어사'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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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중국 사정당국이 벌이는 '부패와의 전쟁'이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국가주석은 올 들어 지방 관료들의 부패를 감시하기 위한 '암행어사'제도를 부활하고, 관료 권한 축소와 상호 감시 시스템 가동 등의 조치를 내렸다. '암행어사'는 당중앙 직속의 지방관료 감찰팀을 말한다. 최고 지도자의 지시만 받는 비밀조직으로 불시에 각 지역에 파견돼 관료들의 부정을 캔다.

최근에는 지방 제후(諸侯)로 통하는 당.정 간부들의 부패는 물론 중앙 부처의 장관급 인사에도 사정(司正)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소수 민족이 많이 사는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의 아만하지(阿曼哈吉.53)부주석은 최근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물러났다. 그는 최고 사정기관인 베이징의 당중앙기율검사위로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홍콩의 친(親)중국계 신문인 태양보는 "교통.통신.건설 분야를 맡은 그는 수억위안(약 수백억원) 규모의 수뢰 혐의를 받고 있다"며 "사무실에서만 출처불명의 현찰이 수백만위안이나 쏟아져 나왔다"고 보도했다.

조선족이 많이 사는 동북 3성(省)도 시끄럽다. 홍콩 언론들은 "사정기관이 헤이룽장(黑龍江)성에 대한 '4대 부패 의혹'을 집중 조사 중"이라며 "과거 성장을 지냈던 톈펑산(田鳳山)전 국토자원부장(장관급)이 연루된 부패 사건에다 매관매직 혐의까지 겹쳐 '동북 부패 대사건'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田전부장은 지난달 국유지 불법 매각 등의 혐의로 전격 해임돼 수사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태양보는 부패 혐의 때문에 "지린(吉林)성의 훙후(洪虎)성장이 조만간 사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군 원로인 훙쉐즈(洪學智)의 아들인 그는 국가체제개혁위 부주임 등을 두루 거쳐 1999년 2월 성장에 임명됐었다.

중국 지도부의 부패와의 전쟁은 진작부터 예고돼 왔다. 지난 8월 허베이(河北)성장과 당 서기직을 연임했던 청웨이가오(程維高)허베이성 인민대표대회 상임위 주임을 숙청하는 등 지방 관료의 부패 현상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바 있다. 당시 그의 축재 규모를 놓고 "10억위안은 넘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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