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참여하는 사회발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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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성취업에 관한 경제기획원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단순직 종사자의 비중은 낮아진 반면 전문·기술직이나 사무직 종사자의 비중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도 여성고급인력의 사회진출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는 징후라고 볼 수 있다면 이는 대단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역시 전체적으로는 여성고용인력의 사회적 활용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있다. 대학졸업자의 취업률은 2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16년간의 교육을 받고도 그저 밥하고 빨래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일상속에 묻혀 버리는 것이다.
그나마 그 취업자중 상당수는 외국은행등 주한 외국기관이나 상사에 취업하고 있어 우리 사회의 발전에는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주한 외국기관들만 한국에서처럼 우수한 인력을 값싸게 고용할 수 있는 나라도 없다며 마냥 즐거워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남성우위의 사회여서 고급 여성인력의 사회진출길을 봉쇄하고 있는 데서 빚어진 현상이다. 가사가 소중하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가사이외 분야에서도 사회에 기여할 능력이 충분히 있는 사람이 단지 여자라는 이유때문에 오로지 가사에만 매달리게 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대단히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의 발전이 앞으로도 인적자원의 활용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이상 여성고급인력의 활용은 중대한 국가적 과제다. 현재까지의 발전은 주로 남성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나 앞으로 고급여성인력의 적극적인 참여까지 이루어진다면 그 발전속도가 배가 될 것이 틀림이 없다.
또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지만 이는 절대인력의 부족 때문이라기 보다는 인력공급구조에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여성인력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인력난도 얼마든지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여성 고급인력을 활용하는데는 그 누구보다도 대기업측의 선도적 역할이 필요하다. 남성우위의 사회구조속에서는 중소기업이 그것에 앞장서기는 어렵다. 우선 공기업이나 대기업부터 일정비율의 여성채용을 제도화해서 여성의 사회진출길을 넓혀 주어야 한다. 상위 5백개 대기업 가운데 대졸 여성취업자의 비율이 불과 4%밖에 안된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성차별은 취업후에도 심각하지만 먼저 취업의 문이라도 넓혀 주어야 한다. 그리고 각 가정에서도 여성의 가사부담을 가능한한 덜어줌으로써 그 사회진출을 도와주는 의식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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